[기자수첩]주민 눈치 안보는 ‘법대로’
[기자수첩]주민 눈치 안보는 ‘법대로’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09.21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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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공적인 약속’이 곧 법일진대 이 법이라는 물건이 요즘은 하늘 어디메쯤 떠있는 건 아닌지 가끔 올려다 볼 때가 있다.

미디어법과 같은 쟁점 법안들은 제쳐두고라도 서민들의 삶 자리 역시 ‘법’의 이름으로 위협받고 있다.
지난 주 보도한 광산구 신창동 골프연습장이나 장성 산정마을에 들어서는 위험물 저장소는 모두 관련법에는 저촉됨이 없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주민들에게 사전에 양해 한마디 없이 법의 힘에 의지해 허가를 관철시켰다.

“요건을 갖춘 사업주의 허가신청을 특별한 이유 없이 반려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허가부서 관계자의 푸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눈뜨고 당하는 입장에선 “사업주만 사람이고 우리는 사람도 아니냐”는 불평이 하늘을 찌른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허가는 법의 이름으로 되 물려 지지 않는다.

주민들은 허겁지겁 대책회의를 갖고 방법을 강구하지만 법은 이미 서민들 편이 아니다. 항의는 ‘떼 부리기’가 되고 행여 잘못 했다간 벌금을 물거나 쇠고랑을 찰 수도 있다.

골프연습장을 짓는 사업주는 지역의 중견 건설업체란다. 주민들은 “광산구가 토호세력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라며 지레짐작했다. 산정마을에 위험물 저장소를 지으려는 이는 지역 방송사의 중요 간부다. 직장에서는 ‘공정방송’을 외치면서 밖에서는 비밀작전 하듯 주민들 눈을 속였다. 

사업주들에겐 돈 벌어다주는 손님이 중요하지 주민들은 안중에 없다. 허가를 내주는 관청도 주민들 불편보다 세수입이 반갑다. 

이러다보니 들어선 시설이 주민들에게 사랑받을 일은 없다. 집값 땅값 떨어지는 소리 우수수 들리는데 쳐다보자니 한 숨 뿐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들에게 법 없으면 죽는 사람들이 ‘법대로’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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