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위협하는 ‘위험물’저장소
시골마을 위협하는 ‘위험물’저장소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09.21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등학교와 불과 50m…주민들 대책위 꾸리고 반발

▲ 부생유 저장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산정마을 초입에 주민들이 트랙터를 동원해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다.

평화롭던 시골마을에 ‘위험물 저장소’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설이 초등학교와도 바로 인접해 있어 허가 적격에 대한 불만이 높다.

40가구 90여명이 모여 사는 전남 장성군 진원면 산정마을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은 지난달 26일.

외지 사람인 정모씨는 지난 7월 초 2차선 도로변에 있는 오래된 창고 부지를 사들였다. 창고를 허물고 땅고르기 작업이 진행될 때도 주민들은 그 같은 시설이 들어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허가부서에서도 사전 설명이 없었고 사업주인 정씨 역시 “물류창고를 지을 것”이라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사업주가 마음먹은 것은 등유의 대체연료인 부생유를 저장하는 위험물 저장소. 땅을 파고 21만 리터 규모의 저장탱크를 묻어 전남북 지역의 산업시설에 공급·판매하겠다는 계산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당장 ‘위험물저장소 설치반대 대책위’를 꾸리고 방어에 나섰다. 트랙터와 경운기를 동원해 공사 장비의 진입을 막고 비상시를 대비해 ‘행동강령’까지 마련했다.

김삼현 대책위원장은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면서 “주민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마을입구에 그런 위험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 시설은 주민들이 사는 가옥 2채와 바로 맞닿아 있다. 또 50여m 떨어진 곳에는 진원초등학교가 인접해 있다. 주민들은 기름 운반차들이 저장소를 들락거리면 아이들의 교통 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위험물 시설 허가를 내준 담양소방서 산하 장성119안전센터 관계자는 “위험물안전관리법에 의거해 학교와 30m 이상 떨어진 곳이라 허가를 내줬다”며 “위험도도 낮고 환경관련법에 따라 주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가 아니다. 김동재 마을이장은 “기름 탱크가 묻혀 있는 마을이라고 소문이 나면 누가 이사를 오겠냐”며 “공사 차량이 얼씬도 못하게 할 것”이라고 벼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