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 씹히는 단맛이 일품
아삭아삭 씹히는 단맛이 일품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09.18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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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토종 먹을거리'를 찾아서]⑦나주배

▲ 나주배가 국·내외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게 된 것은 1929년 조선 박람회에서 동상을 수상받은 이후부터다. 1967년 대만에 처음 수출 된 이후 미국, 동남아, 유럽지역에 수출됨으로써 세계적인 과일로 인정 받고 있다. 사진은 가을 햇살을 듬뿍받고 나주배 시험장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나주배.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는 단맛이 일품인 배. 배하면 보통사람들은 나주배를 떠올린다. 매화나 벚꽃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기품을 풍기는 배꽃.

4월 중순이면 나주는 새하얀 배꽃으로 장관을 연출한다. 이 시기에 나주 산포면 비행장 끝부분부터 금천면에 이르는 길은 배꽃이 하얀 눈송이처럼 만개해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달밤의 배꽃은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시인, 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386세대는 당시 고등학교 국어책에 나오는 고려문신 이조년의 시조를 어렴풋이 기억할 것이다.
 
이화(梨花)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냐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나주목의 토공물이던 나주배

배나무 속 식물은 장미과, 배나무아과에 딸린 떨기나무집단으로 분류된다.
그 열매가 배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오래전부터 배나무를 재배 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당서]는 발해의 배나무를 소개하였으며 일본에서도 7세기에 배나무가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우리나라 배 재배 역사는 삼국시대로 추정할 수 있다.

나주배의 최초재배 기록은 1454년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주목의 토공물로 나주배의 목록이 있고 1871년에 발간된 [금성잡지]에도 거평배(현 나주시 문평면)의 기록이 있다.

일제시대인 1910년 일본인 송등전육이 ‘만삼길’ 배 종자 100재를 식재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에서 개발된 ‘신고’, ‘금촌추’, ‘장십랑’ 등이 재배되기 시작했다. 한국인으로는 1913년 나주 송월동에 거주한 이동규씨가 상업농산품으로 처음 재배한 후 그 면적이 점차 확대돼왔다.

나주배가 국내외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게 된 것은 1929년 개최된 조선 박람회에서 동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1967년에는 대만에 처음 수출된 이후 최근에는 미국, 캐나다 등 미국지역과 동남아, 중동 유럽지역에 수출됨으로써 세계적인 과일로 인정받게 되었다.

또한 1971년 원예시험장 나주지장(현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배 시험장)이 나주에 신설된 후 새로운 품종 개발과 저장, 가공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해 수준 높은 배 재배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멸종되어가는 토종배

그러나 지금의 일반 배 농가에서 토종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나주가 전국배의 명산지로 이름을 드높였으나 그 와중에 ‘나주청배’, ‘장성적배’등 우리 고유의 품종은 급격히 잊혀져  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배중 60% 이상, 특히 나주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배의 8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품종이 바로 ‘신고’라는 이름의 품종이다. 1915년 일본의 대표적 품종인 신고가 이 땅의 배 역사를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는 배의 야생종의 많은데 콩배나무, 좀돌배나무, 백운산 배나무, 산돌배나무, 문배나무 등 10종 3변이종이 전국에서 발견된 바 있다.

그중 청실리(靑實梨)품종은 함흥이 원산지이다.
단맛이 뛰어나고 석세포가 많아 씹을 때 오돌오돌한 느낌을 주며 저장하면 더욱 맛이 좋아진다. 과육은 즙이 많으나 약간 떫고 신맛이 나는 결점이 있다.

황실리(黃實梨)는 모양이 난상 원형에 가깝고 배의 색깔은 황록색이나 황갈색이며 껍질에 검은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열매무게는 보통 250~300g이지만 크게 자란것은 580g 정도이다. 감미와 향기가 뛰어나고 장기 저장이 가능한 점이 자랑이다.

나주배 시험장에서는 이외에도 밝혀 지지 않은 재래종 배인 ‘청수리’등 13품종을 포함하여 토종배 50여종을 파악하고 있다. 물론 이들 토종배가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본계통의 배들과 경쟁하기는 힘든 상태다.

이미 1백년 가량의 개량과정을 거친 배들과 비교할 때 껍질의 색깔이나 맛, 과육의 부드러움 등 모든 면에서 뒤쳐지기 때문이다.

품종 개발에 없어선 안 될 토종자원

▲ 나주배 박물관은 1992년 개관하여 2004년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배를 테마로 하는 국내유일의 나주배 박물관은 나주배의 우수성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 토종배는 일본배에 밀려 영원히 멸종되어야만 하는가. 그렇지 않다. 유전자원으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1964년 육종 재배에 성공한 ‘단배’는 국내 토종 청실리와 일본의 장십랑의 교배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단배는 다시 ‘행수’와 접붙이를 통해 ‘진황’이 탄생되었고 일본 품종 ‘금촌추’와 교배로 ‘금촌조생’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재래 토종배는 유전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반드시 보존 돼야할 귀중한 종자 자원이다.

나주시 금천면에 있는 배 시험장은 토종 배나무로 추정되는 배나무 42종 84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토종배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전국에서 수집한 배나무들이다. 산돌배, 황실리, 청실리, 추향리, 문배나무, 합실리 등 듣기만 해도 정겨운 이름이다.

나주 배 시험장을 총괄하고 있는 황해성 박사는 “토종배가 비록 가격 면이나, 맛, 빛깔 차원에서 개량품종과는 상대가 안 되지만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자원이기 때문에 전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재래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토종배를 활용해 농가에서 원하는 병충해 없고 당도가 높은 새로운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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