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 홍어 한 점 드실래요”
“알싸한 홍어 한 점 드실래요”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9.08.24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대리의 노하우]남광주시장 목포수산 최영남·임은희 부부

▲ 남광주시장 ‘목포수산’의 최영남·임은희 부부. 그들의 저온숙성 노하우는 저렴한 가격으로도 홍어의 알싸한 맛이 가능하게 했다. 고가에 어획량 감소로 접하기 힘든 흑산 홍어.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 곁에 그 맛만은 오롯했다.

저온숙성으로 전라도 맛 오롯이 담아

평일 오전 10시 남광주시장. 장바구니를 든 몇몇 사람들. 왕래가 많지 않은 사람들의 소매를 붙잡고 “싸게 가져 가랑께라”, “떨이요 떨이”를 외치는 상인들의 소리가 생기롭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좌판이 열리는 광장을 뒤로하고 아케이드가 드리워진 곳으로 진입, 모퉁이 하나를 돌자 묵묵히 홍어손질에 여념이 없는 부부가 보인다. 남편은 토막을 내고 껍질을 벗기는 등 기본적인 가공을, 아내는 이를 한 입 크기로 썰어 포장해내는 호흡이 경쾌하다. 순식간에 붉은 빛에 군침 고이게 하는 홍어 한 접시가 가판대에 뚝딱.

남광주시장 ‘목포수산’의 최영남·임은희 부부. 부부는 4년 전부터 그 자리에서 홍어를 판다. 업소용 냉장고, 아담한 가판대, 작은 싱크대가 전부지만 손 한번 허투루 놀릴 짬도 없다. 바쁜 일상을 쪼개 부부의 삶을 귀동냥하기도 민망할 정도.

‘전라도 잔칫상에 홍어 빠지면 무효’라는 말이 있듯 푹 삭힌 홍어는 전라도 사람들의 희비와 함께해 왔다. 그 톡 쏘는 알싸함과 눈물 찔끔 나게 하는 얼얼함이란.

아내가 한 때 홍어탕·홍어무침·홍어삼합을 파는 음식점을 운영했고, 또 가게를 열기 전 5년 동안 숙성기술을 연마했다는 말이 없었더라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전라도의 감칠맛은 상상이 됐다. 입 까다롭기로 소문난 남도 사람들을 비롯 전국에서 주문이 꾸준하니 그 맛이야 오죽하랴.

오전 납품을 위해 시장을 나서는 남편을 배웅하고, 비수기인 여름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의 비결을 묻자 그저 웃기만 하는 아내 임씨. 몇 번의 재촉에 “그저 좋은 재료를 들여와 사용할 뿐이다”고 말한다.

사실 흑산 홍어는 1Kg 당 5만 원 이상으로 워낙 고가여서 주문을 받아 판매하고 있고, 대부분 칠레·아르헨티나·일본산을 판매한다는 그는 현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시중에서 맛볼 수 있는 홍어는 대부분 외국산이라고 말한다. 관건은 전라도 맛을 내는 것.

“냉동상태에서 들어오는 외국산은 전통방식으로 숙성하면 맛을 낼 수 없다”는 그는 “1주일~10일의 저온 숙성의 과정을 거쳐야 고유의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하며 더 이상은 영업상의 비밀이기에 묻지 말아달라는 당부까지 곁들인다.

흑산 홍어는 맛·찰기·색 등 모두 달라

본류가 있으면 항상 아류와의 구별이 궁금한 법. 내친 김에 흑산 홍어와 외국산을 쉬 구별할 수 있는 방법까지 물었다. 그러자 의외로 대답은 간단. “흑산 홍어는 맛, 크기, 생김새 등 외국산과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며 “칼로 썰어보면 흑산 홍어는 칼에 척척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찰기가 뛰어나고, 선홍색으로 빛깔도 곱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뼈가 굵고 가시가 있는 것은 수놈보다 연약하고 부드러운 암놈이 으뜸이라는 말까지.

홍어는 사철 맛있지만 특히 찬바람이 불고 겨울에 잡힌 것들이 특히 별미라는 임씨. 가게의 별미인 홍어회무침 소개도 잊지 않는다. 남편의 고향인 고창에서 가져온 고추장 등 천연 재료로 만들어 50~100만원 어치를 만들어도 2~3일이면 바닥날 정도로 인기라고.

새벽 5시에 출근해 저녁 8시까지 모든 가공이 손을 타야하기에 힘들지만 세 자녀들을 위해 오늘도 즐겁게 일한다는 부부는 이제 다 자라서 명절에 팔을 걷어붙이고 돕는 아이들이 고맙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나치다 우연히 구입해 갔던 손님이 맛있다며 다시 찾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홍어는 특별한 양념이 없어도 맛있고, 한번 먹으면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는 임씨는 가판대에 가지런한 홍어를 지긋이 바라봤다. 전라도 사람들에겐 희비의 순간 감초였지만, 두 부부에게는 인생을 함께해온 동반자였다는 눈빛을 담아.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