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시국선언 동참…행안부 “불법행위 엄단” 논란
공무원노조 시국선언 동참…행안부 “불법행위 엄단” 논란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06.23 2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경한 정부 “지부 명의만 써도 전체조합원 징계”
공무원노조 “민주주의 후퇴 반증하는 일”

공무원 노조단체들이 민주주의 후퇴 등을 우려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하기로 해 정부가 불법행위로 규정, 징계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행정안전부(장관 이달곤)는 시국선언을 강행할 경우 엄단한다는 방침이지만 공무원노조는 시국선언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발하며 시국선언 강행을 거듭 밝히고 있어 무더기 징계를 둘러싼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법원공무원노동조합는 공무원 시국선언에 동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공노는 동참 여부 결정 연기…민공노는 선언 강행

애초 22일까지 시국선언에 참여하기로 했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는 23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시국선언 동참 여부 결정을 연기하고 30일 경 회의를 다시 열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법원공무원노조는 25일 상임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동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통합 논의가 한창인 3개 공무원노조의 공동 시국선언이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태지만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하 민공노)는 정부의 엄단 방침에도 “시국선언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충재 민공노 사무처장은 23일 “전공노가 시국선언 동참 결정을 연기했지만 3개 노조가 함께 시국선언을 할 수 있도록 협의를 할 것이다”며 “시국선언은 징계사유가 될 수 없으며 우리 노조는 시국선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의 시국선언은 전교조처럼 조합원 개인 서명을 받지 않고 각 노조와 산하 본부·지부·지회 명의로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공노 관계자와 민공노 광주본부 관계자는 “아직 시국선언문 내용과 시기 등은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개인 서명을 받지 않고 본부, 지부, 지회 명의로 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시국선언문은 지난 10일 3개 공무원 노조가 발표한 합동 성명서 내용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관계자는 “6·10항쟁을 맞아 발표했던 내용에 최근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꼬집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다”며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국민적 목소리를 이명박 정부는 행정개편 논의와 개헌논의 등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10일 공동 성명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정을 전면 쇄신하라”며 “반민생, 반민주 악법의 철회와 검찰과 경찰을 앞세운 강압통치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서민경제 살리기 정책 시행, 남북 긴장관계 해소와 직접대화, 4대강 정비 사업 중단 등을 촉구했다.

공무원노조의 시국선언 움직임에 정부는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행안부·검찰 “엄정 대처…개인 아닌 지부 명의로 선언해도 전체 조합원 징계”

시국선언문을 실제로 발표할 경우, 이는 공무원의 정치활동과 집단행위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노조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는 23일 “공무원노조의 시국선언이나 서명행위는 명백한 불법 집단행위로 공무원을 국민전체의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 위배되고, 국가공무원법상의 집단행위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써,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된다”며 “성실의무, 복종의무, 품위유지의무 등 국가공무원법상의 각종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시국선언 강행시에는 참가자 전원을 검찰에 고발하여 사법처리하고 사법처리와 별도로 최대한 신속하게 배제징계를 포함한 중징계조치하도록 중앙 및 지방 전 행정기관에 요청할 계획”이라며 “시류에 편승하여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공무원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징계 방침을 밝혔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무원 노조에 대해 법에 따라 중징계 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 전국 기초자치단체장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23일 이 장관은 한나라당 소속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워크숍 특강을 통해 “공무원이 공무원법을 위반하고 비판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공무원 노조에 대해 여러 단체장이 법에 따라 엄정히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이어 “신분이 보장되고 추가 근무수당을 받는 공무원이 제일 강력한 노조를 만드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공무원 노조 집행부에 불법으로 해직된 사람이 암암리에 들어가서 현직 공직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법이다”며 비난했다.

대검찰청도 행안부가 시국선언과 관련한 고발이 들어오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는 등 엄정 대처하는 등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안부 복무담당관실 한 관계자는 개인 서명이 아닌 소속 노조 단체 명의의 시국선언문이 발표 될 경우에도 조합원에 대해 징계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부나 지회 명의의로 시국선언문이 발표된다면 대표하는 지부장과 지회장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며 “이 경우 소속 조합원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하기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 소속 조합원 전체에 대해서 징계 조치 등을 취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충재 민공노 사무처장은 “국민적 우려를 담아 시국선언을 하는 것이 공무원의 성실의무, 품위유지 의무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시국선언으로 징계한다는 것은 코미디”라고 일축했다. 이 사무처장은 “만약 무더기 징계가 이뤄지면 많은 국민들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고 우려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런 우려는 현실로 반증하는 꼴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공노는 조합원 수가 6만 5000여명, 전공노는 5만 5000여명, 법원노조는 8500여명 등으로 올 연말 통합노조가 발족할 경우 조합원 12만 8000여명의 최대 공무원 조직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