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무얼 남겼나
화물연대 총파업, 무얼 남겼나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06.19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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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실체 인정 못받아…“법 제도 개선 시급”

▲ 15일 화물연대 파업이 5일만에 끝이 났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16일 계약해지됐던 대한통운 광주지부 소속 택배기사 38명은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2지회장의 장례식 후 일주일 이내에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 없는 복귀라는 점에서 후속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5일만에 끝났다. 화물연대와 대한통운이 15일 해고 노동자 복직 등에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양측의 합의에 따라 지난 3월 16일 해고(계약해지)된 대한통운 광주지사 소속 택배노동자 38명은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2지회장의 장례식 후 일주일 이내에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또 대한통운 광주지사는 복귀자에 대한 처우 불이익 등 차별을 하지 않기로 보장하고 양측은 민형사상 고소, 고발, 가처분 신청 등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운송비 등 계약 관계 등은 ‘3월 15일 이전’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해고자 원직복직과 노동기본권 보장, 화물연대 인정, 운송료 삭감중단, 고 박종태 지회장 유가족 보상 등을 요구하며 화물운송 거부에 돌입했지만 결국 화물연대 지도부는 서명서에 ‘화물연대’라는 단체 명의를 사용하지 못했다. 합의서 서명 주체는 김성룡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 분회장과 양홍일 대한통운 광주지사장.

노조인정 문제로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화물연대는 고육지책으로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 분회장' 명의로 서명하기로 한 발 물러섰다. '화물연대 광주지부' 소속이라는 점을 암시적으로 드러내기는 했지만 대한통운은 노조 불인정이라는 점을 관철시켰다.

이 때문에 큰 성과가 없는 총파업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특히 대한통운 광주지사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자살한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2지회장의 ‘열사 투쟁’의 연장선장에서 돌입한 총파업이라는 점에서 노동계는 “희생만큼 큰 성과를 얻지 못해 너무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화물연대의 총파업 동력이 예전 보다 못하고 물류대란을 가져올 정도의 투쟁을 벌일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유가 보조금 문제 등 생존권 문제 보다는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보니 파업 참여율이 낮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광주본부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 노조 인정 문제로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않아서 고육지책으로 '화물연대'라는 조직 이름을 빼기로 양보한 것 같다”면서 “흡족할 수 있는 정도의 합의 내용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된 것이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업무 복귀를 선언하면서 “금호아시아나 대한통운은 이번 열사 투쟁 사태를 교훈삼아 합의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파업 종결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며, 열사의 염원인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조속한 법, 제도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이후 정부·정치권·노동계·재계가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논의해 왔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때 마다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해 왔지만 정치권도 ‘반짝 관심’만 가질 뿐 실질적인 법 제·개정에는 소극적이다.

정호희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운수노조) 정책실장은 “택배 기사 등 화물 노동자들은 임금과 업무에서 회사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으면서 일할 수밖에 없어 종속성이 강하다”면서 “당연히 우리는 노동자로서 노동3권을 보장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대법원 판례를 이유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노동부는 고용·산재보험 등 적용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가보조금 등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 등 제도 개선 없이는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은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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