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가정 ‘든든’, 중장년 여성 ‘활짝’
보육가정 ‘든든’, 중장년 여성 ‘활짝’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9.06.11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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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일자리 탐방⑨ (사)여성노동자회 워킹맘지원센터
취약계층 가정 아동에 보육서비스 제공
중장년 여성 일자리 창출, 가능성 심어

“주위 사람의 권유로 일하게 됐다. 평소 보육에 관심이 많았는데, 실제 일을 해보니 개인적으로 적성에 맞다 생각한다. 일자리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아동복지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 대학서 미술치료를 전공하고 있는 딸과 함께 농·산·어촌의 소외받은 아이들을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싶다.”

▲ 보육 서비스를 통해 중장년 여성들에겐 일자리를, 취약계층·맞벌이 가정에는 양육의 부담을 덜어주며 여성의 사회참여를 돕고 있는 (사)여성노동자회 워킹맘지원센터. 여성의 사회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에만 매몰되지 않는 사회적 배려와 지원이 절실하다. ⓒ워킹맘지원센터.

전업주부였던 김경옥(47·중흥동)씨. 그는 지난해 12월 워킹맘지원센터 문을 두드렸다. 남편 뒷바라지에 자식들 키우는 것이 전부였던 중년 주부는 그렇게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5개월 남짓 센터에서 가정보육사 생활. 일이 즐겁고도 뿌듯하다. 나아가 새로운 인생, 보람된 미래에 대한 꿈도 꾸기 시작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와 필요가 높아진 우리사회. 여기에 발맞춰 일·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맞벌이 가정에 자녀양육부담을 덜어줄 필요성은 시급하다. 사회적으로 적절한 대책이 부재한 상태에서 대부분 가정은 시설에 자녀를 맡기는 등 개별적으로 대처해 왔다.

이는 아동중심이 아닌 시설중심의 보육이었고, 그나마도 저소득 계층에는 언감생심이었다. 더구나 여성의 사회참여 욕구는 높으나 상대적으로 좁은 일자리도 문제다. 특히 중장년 취약 여성들을 찾는 일자리는 전무한 실정이다.  

평소 직장여성 권리 찾기, 여성 일자리 창출, 일·가정 균형 지원 활동 등을 위해 노력해 오던 (사)광주여성노동자회는 2년 전부터 문제 해결을 모색해 왔다.

저소득 취약계층에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력단절·중장년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왔던 단체의 ‘찾아가는 가정보육사 워킹맘지원센터’가 노동부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선정된 것은 지난해 12월. 단체는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도약을 향해 뛰고 있었다.   

3개월~10세의 아동을 둔 취약계층·한 부모 가정을 중심으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을 내는 센터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모두 30명. 전업주부였다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중장년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센터에서 소정의 교육을 거친 이들은 광주시 전역에 위치한 26가정에 하루 9시간(야간보육의 경우 5시간) 파견돼 부모의 빈자리를 매워주고 있다.

전화·방문 접수로 신청한 가정에 방문·면접을 통해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상담 후 필요서류를 제출하면 보육 여부를 결정한 다음 부모와 계약하고 보육사를 파견하는 방식이다. 하는 일은 아이빨래·젖병소독·동화책읽기·놀이지도·숙제도우미·문화체험활동·병원데려가기 등 작지만 아이들의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센터에서 일하게 된 박인순(45·화순군)씨는 여성 혼자 6세 아이를 기르고 있던 가정이 떠올리며 보람을 이야기했다.

“남편의 빈자리가 커서 불안하고 힘들어했던 부모가 보육 서비스 한 달이 지나자 안정을 찾고, 일에도 열심인 모습을 지켜봤다”는 박씨는 “특히 저소득 취약계층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여성단체 활동가 출신답게 “이렇듯 중장년 여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일자리는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문도 첨가했다. 

보육사들의 업무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성나리 워킹맘지원센터장도 가정이 따뜻함을 찾고, 그 속에서 바른 길을 걷는 아이들을 볼 때면 힘이 솟는다.

다만 보육사들의 열정·노력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대가가 아쉽다. 사업에 대해 여러 설명을 이어가던 그의 결론은 수익성만으로 사업을 판단하는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도 저렴하나마 보육비를 받고 있지만 취약계층과 중장년 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공의 일에 수익성의 잣대만을 대는 것이 적절한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는 사정에도 사회적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음을 알렸다. 현재 광주시와 연계된 사업 위주의 틀을 넘어 자치구·기업을 연계시켜 범위를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수익·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센터의 노력에서 알 수 있듯이 부모의 취업이 자녀의 방치로 이어지는 빈곤가정,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신음하는 중장년 취약여성들을 동시에 살리는 하나의 해법은 이미 제기됐다. 참가하는 사람들의 사기도 충천해 있다. 다만 수익성 중심의 사고에 매몰돼 공익성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적 배려와 지원이 절실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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