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이직 제한은 위헌”
“외국인근로자 이직 제한은 위헌”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04.30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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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통해 헌법소원

2007년 6월 취업을 위해 한국에 입국한 부이 창 두안(베트남)씨는 올해 2월까지 벌써 네 차례나 근무지를 옮겼다.

외국인근로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을 3회 이상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별 수 없이 베트남으로 돌아가거나 불법체류자로 남아야  하는 상황.

3년 시한의 지금의 고용허가제는 두안씨의 경우처럼 비자가 1년 넘게 남아 있어도 3회 사업장 변경 제한 규정 때문에 한국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두안씨가 잦은 이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자의보다는 임금 체불, 부도와 같은 불가피한 노동환경에 기인했다는 점이다.

두안씨는 2007년 7월 첫 근무지인 플라스틱 성형회사 ㄷ수지에서 다음해 3월까지 일했으나 임금체불로 같은 해 4월 ㄷ플라스틱으로 이직했다. 이번에도 임금체불로 3개월 만에 ㅅ테크로 회사를 옮겼으나 회사 부도로 다시 직장을 옮겨야 했다. 마지막 3회 변경지에서도 4개월 만에 계약해지 돼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됐다.

예외적으로 외국인근로자에게 책임이 없을 때에 한해 1회 추가변경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불가피한 노동환경 때문에 취업을 제한받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두안 씨, 파나니 무하마드 자이날(인도네시아), 토레스 러블리 마카탕가이(필리핀) 등 3명의 외국인근로자는 광주외국인근로자센터와 경기도 광주외국인근로자센터의 도움으로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이 무료 변론을 자청했다.

광주외국인센터 관계자는 “관련 기관에서는 내국인들의 안정적인 고용기회 보장, 외국인근로자 인력관리의 어려움을 들어 취업 제한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이 규정이 외국인근로자의 강제근로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인권침해·차별 사각지대를 만드는 원인이 돼 결과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문제는 비단 외국인근로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중소기업이 건강하게 발전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면서 “노동자들의 근로인권 보장은 우리나라 노동정책의 전근대적 인식수준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도 청구이유에서 “사업장 변경횟수 제한은 헌법에 보장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외국인근로자에게도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부여돼야 하며 더 나은 조건의 작업환경을 위한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은 또 “외국인력 도입의 취지는 사업장 이동 금지로 저임금으로 강제된 외국인을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내 노동시장 인력 부족의 공백을 보충하는 데 있다”면서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자유제한은 내국인 고용기회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위해서만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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