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感電)될 준비 됐나요?
감전(感電)될 준비 됐나요?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9.04.08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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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철 청소년문화의집 사무국장

2009년 봄 광주. 발전소가 생겼다. 응당 전기를 생산 아니 마련한다. 그러나 그곳 전기는 몇 킬로와트(Kw)라는 숫자와 효율엔 관심이 없다. 미래·가능성·꿈·희망을 위해 어떤 스파크를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누구든 감전 각오하시라. 단 통(通)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상처·고난이 아닌 상승·고취라는 짜릿한 변화를 기대해도 좋다.  

▲ 이민철 청소년문화의집 사무국장.

청소년·시민 아우르는 생명의 공간으로


서구 화정동 316번지 일대. 지난 30여년의 봉인이 풀렸다.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옛 국가정보원(안기부) 건물과 주변 공원 숲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엄혹한 시대의 상징이던 과거 건물이 리모델링을 통해 ‘청소년문화의집’으로 탈바꿈한 것. 지난달 23일 시민들은 파괴·억압의 닫힌 습지에서 생산·공존의 열린 장터로 말 그대로 거듭난 현장에서 조심스런 변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매캐한 새 페인트 냄새를 하루빨리 자연과 사람 향으로 바꾸고 싶은 이민철 광주광역시 청소년문화의집 사무국장(38). 그와 10명 남짓 활동가들은 얼마 전 첫걸음을 뗀 문화의집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문화의집은 한마디로 문턱 없는 ‘청소년 문화발전소’다”고 정의하는 이 국장은 “청소년들의 문화예술창작활동을 돕기 위해 공간을 만들고, 전문프로그램을 개발·실행하며, 안식처를 제공하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지역주민들에게는 ‘숲을 배후로 하는 마을’을 모토로 ‘화정숲’ 생태문화프로젝트를 통해 숲을 돌려주는 활동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참교육 1세대인 이 국장은 고교생 때부터 각종 청소년 단체에서 바람직한 청소년의 자치·인권·문화를 모색했다. 당시 ‘이렇게 획일화된 방식으로는 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어떻게 하면 교육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곱씹으며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대학에서 청소년 활동 지원, 흥사단 활동, 대학원 청소년학과 진학 등 지난 20여 년간의 고민과 실천이 그에게 가져다준 결론은 ‘교육이라는 생태계의 다양성 확보’다.  

▲ 지난 20년 넘은 활동을 통해 바람직한 교육의 모습을 고민해온 이민철 청소년문화집 사무국장. 그는 다양한 학교가 생겨 제도교육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해법임을 제시했다. 청소년문화의집을 통해 문화예술, 나아가 생명평화로 확대될 대안교육의 모습은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출발을 알린 서구 화정동 소재 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문화의집

문턱 없는 ‘청소년 문화발전소’ 만들 터

먼저 제도권 내에서 학교를 바꾼다는 것이 한계가 있음 느꼈다. 학교 밖에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생겨서 제도권 내에 자극을 주고, 또 거꾸로 자극을 받는 상호작용이 문제의 해결책이라 마음먹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문화의집, 나아가 지역사회도 하나의 훌륭한 교육자원임을 의심치 않는 것은 이런 사고의 연장선이다. 명분과 방향이 선 활동가는 새로운 공간에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해온 ‘자유대학’을 활동의 자양분으로, 폭넓게 시야를 확장해준 ‘생명평화결사’ 모임을 실천의 지렛대로 삼고 있는 이 국장. 2005년 5개월간 우리지역 곳곳을 돌며 풀뿌리 활동가 만났던 광주전남순례는 그가 꼽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이렇듯 교육과 생명평화 등 다방면에 걸친 그의 관심에 대해 ‘한 분야에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한다’는 동료 활동가들의 충고는 자신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기에 수용하면서도, “청소년·교육 문제라는 것은 총체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며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그가 그리는 문화의집은 청소년과 시민을 아우르는 생명의 공간이다. 청소년들의 삶과 교육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들이 힘을 불어넣어 줘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작용했다.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대학도 진학하고, 결국 바람직한 미래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청소년들에게 꿈의 포기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능력을 길러주고 북돋워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역할이다”고 이 국장은 목소리를 높인다. 명목상으로는 청소년 시설인 문화의집이 다양한 시민문화프로그램도 병행하는 이유가 설명되는 대목이다.
  
이 국장은 기대한다. 우리 아이들이 ‘남도스러운’ 문화예술 창작물로 지역, 나라를 넘어 아시아를 감동시키기를. 지역주민들이 청소년들을 북돋우며, 숲과 함께 생명의 가치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를. 결국에는 그가 꿈꾸는 ‘함께 일하고, 서로 보살피는 것이 행복임을 아는 사회’로 모두 함께 성큼 다가가기를. 발전소는 차근차근 사람들을 감전시킬 준비를 마치고, 이미 변화를 위한 출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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