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남대 '명박' 취득 '삼수할 판'
정몽준 전남대 '명박' 취득 '삼수할 판'
  • 김영대 기자
  • 승인 2009.02.18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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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반발에 "다음 기회로"…2007년 이어 두 번째 고배

▲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를 연기한 후 전남대 의과대학을 빠져나가고 있는 정몽준 의원.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에 대한 전남대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식이 학생들의 반발로 무기연기 됐다.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다. 정 의원이 자진해서 학위수여식 연기를 선언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전남대는 18일 오후 3시 광주캠퍼스 용봉홀에서 정 의원에 대한 학위수여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000여명의 학생들이 "대학이 교육적 양심을 져버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행사장 입구를 막아선 채 시위를 계속하자 학동 의과대학으로 장소를 급히 변경했다.

학생들은 “권력과 돈에 영합하지 않는 전남대 정신을 지키고 싶다”며 “정 의원의 학위수여를 반드시 막아 내겠다”는 결의를 불태웠다. 이날 시위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신입생 등 1,0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대학본부 앞을 가득 채워 남다른 열기를 보여줬다.   

장소를 옮겨가며 학위를 받는다는 사실이 내키지 않았던 것일까. 정 의원은 스스로 학위수여식  연기를 선언했다. 그는 학위수여식 연기 직후 기자들을 만나 "다음 기회에 여건이 되면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의  항의시위에 대해서는 "한참 혈기 넘치는 학생들이 그럴 수도 있다"며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5·18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전남대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성명을 봤다"며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에게는 "전남대의 영광스런 동문이 됐는지 절반만 됐는지 모르겠지만 동문이 됐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정 의원이 평소 남북관계 개선과 사회복지사업 참여, 첨단산업 분야의 교육인재 양성, 스포츠 문화발전 등을 통해 세계평화 증진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해 명예철학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남대 총학생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 의원에 대한 명분 없는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 의원은 명예박사학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명예와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굳건히 해줄 인증서가 필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정몽준 의원 명예철학박사학위가 예정된 18일 오후 3시 학생들은 대학본부 앞에서 “권력과 돈에 영합하지 않는 전남대 정신을 지키고 싶다”며 “학위수여 반대”를 외쳤다. 이 때문에 전남대는 장소를 옮겨 학동 전남대 의과대에서 학위수여식을 가지려 했으나 정 의원은 “다음 기회에 여건이 되면 받겠다”는 입장을 밝혀 수여식이 무기한 연기됐다.

전남대 철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영수(35)씨는 “최근 한나라당이 용산참사와 관련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그런 당의 최고 위원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준다는 것은 전남대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경필 철학과 대학원생은 ‘정몽준 의원께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정 의원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함으로써 전남대가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라며 “정 의원이 명예학위를 받을 만큼 명예로운 일들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씨는 또 “정 의원이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세워 특수한 계층을 위한 교육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뉴타운 건설 공약은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소외 받는 사람들을 더 고통 받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최희동 전남대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전남대의 과격한 이미지가 취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정 의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면 교육환경개선과 발전기금 모금, 취업 등에서 다소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대는 2007년에도 정 의원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교수와 학생들의 반대로 취소한 바 있다.

최 사무총장은 “그 당시 타 대학에서 먼저 정 의원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준다고 했었지만 정 의원이 5·18민중항쟁의 시발점이자 민주화의 요람인 전남대에서 학위를 받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해서 추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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