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쇼’로 나라 다스리고 있다”
“MB정부, ‘쇼’로 나라 다스리고 있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01.14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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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원 광주경제살리기 운동본부 추진위원장
“기업가 마인드 국정운영, 지역 불균형 심화시켜”

“광주경제 근본문제 파악해 중장기 대책 세울 것”
  
지난 7일 이민원 광주대 교수를 만났다. 참여정부 말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냈던 그는 최근 광주경제살리기 운동본부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는 광주대 이민원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 이민원 광주경제살리기 운동본부 추진위원장
지난해 학교로 돌아왔는데 최근 근황은?
  
▲ 잠시 외도하느라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간 소홀했던 강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마음에 진 빚을 갚는 길이라고 여겼다. 한동안 강의에만 열중했다. 최근에는 광주경제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저격수 역할을 맡아달라고 하는데 아주 죽겠다. 그렇게 동원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결국은 동원되고 말았다. 
  
운동본부에 대해 소개해 달라
  
▲ 운동본부는 광주시와 기업,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조직이다. 거버넌스는 같이 가자는데 강조점이 있다. 관이 독점하거나 독주하지 말고 시민사회와 함께 지역의 일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관이 과거 ‘나를 따르라’식의 낡은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주도로는 더 이상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운동본부는 광주사회에 그럴듯한 구색을 갖춘 조직하나를 더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역시민사회와 관이 광주의 비전을 만들고 정책을 추진하는 실질적인 협치 모델을 만들겠다.
  
광주경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 광주경제는 세계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기 훨씬 이전부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역대정권의 차별정책이 광주를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세계경제위기와 광주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인다. 만약 세계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지금 광주경제가 어렵다면 세계경제 활성화 국면에서 광주경제도 활황을 누렸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광주는 세계경제의 혜택을 받은 지역이 아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세계경제가 회복된다고 해서 저절로 광주경제가 나아지기 힘들다는 비관적인 전망과 연결된다. 운동본부는 광주경제 위기의 원인을 세계경제 위기가 아닌 지역내부에서 찾고자 한다. 광주경제는 내부적으로 기업가도, 기업가 정신도, 좋은 제품도, 지역물건을 사주는 전통도 부족하다.

중앙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와 지역균형발전정책 무력화 시도 등 외부적 어려움도 지역차별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운동본부는 앞으로 광주경제의 근본문제를 파악하고 단기-중기-장기 대책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할 것이다.    
  
광주경제살리기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 크게 두 가지다. 중앙정부에는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추진을 적극 요구하고 지역에서는 자립과 자치의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적, 물적, 제도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자체와 시민사회, 지역전문가 등 지역내부가 협치의 구조를 만들고 해외 네트워크와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광주형 기업과 신상품, 신산업을 개발해야 한다. 인재개발센터와 광주형 기업창출센터가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지역제품사주기 범시민운동을 전개하겠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지역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지역제품이 많이 팔려야 한다. 광주에서 유독 지역제품의 점유율이 낮다고 한다.

시민의식도 그렇지만 유통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지역과 지역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광주경제를 회복시키는 활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경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우선 단기과제로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얼마 전 노동부와 광주시, 운동본부가 함께 참여해 일자리 창출 박람회를 개최해 호응을 얻었다. 지속으로 관심을 갖겠다. 여기에 더해 파산·신용불량자에 대한 법률적 지원, 마이크로 크레딧과 같은 소액대출운동도 준비 중에 있다.   

일자리가 급감하고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 고용은 경제의 종속변수다. 경제가 회복되면 일자리는 증가하고 어려우면 감소한다. 정부는 단기적인 경제지표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서 실업률을 낮추는 데만 급급하다.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직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켜줘야 한다. 실업에 대한 공포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 월급을 동결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겁을 했다.

정부도 고통분담에 동참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무원 월급을 동결한 것 같은데 완전히 쇼다. 민간부문의 소비가 줄면 공공부문의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 공무원 월급을 동결하면서 소비를 늘리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 정부는 쇼로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소비가 늘지 않으면 경제가 순환되지 않는다. 소비는 현재 소득뿐만 아니라 미래소득 수준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미래가 불안정하면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게 된다.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예비적 저축이 늘고 그만큼 소비수준은 줄게 되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핵심 사업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꼽을 수 있는데
  
▲ 참여정부는 비교우위적 시각에서 각 지역마다 독특한 특색을 가진 지역발전정책을 추구했다. 당시는 수도이전이 핵심적인 관심사였던 만큼 참여정부는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수도건설을 중점과제로 추진했다. 충청의 행정수도와 광주의 문화수도 등은 그 같은 정책의 산물이다.

문화수도 구상은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광주를 문화적 특색이 있는 지역으로 발전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 가시적인 조치가 아시아 문화의 전당 건립사업으로 외화 됐다. 문화전당 부지로 구 도청이 선정된 것은 오월정신 계승과 도청이전으로 공동화 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

문화전당은 광주뿐 아니라 한국문화가 집산되는 문화의 정거장이 돼야 한다. 아시아와 세계문화가 만나는 거점이 돼야 한다. 광주가 문화의 생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런데 아직까지 건물 짓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현재 도청별관 문제로 문화의 전당 건립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 이 문제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나서지 말라고 하더라. 광주사회가 소신대로 발언하기 힘들 정도로 경직돼 있다. 별관을 철거하면 광주정신이 훼손된다는 주장도 나름대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그대로 밀고나가자는 논리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청별관보존과 철거 논리는 자기의 주장만을 관철시키기 위한 근본주의적인 주장에 가깝다.

현재의 상황은 너무 돈 문제에 급급해 빨리빨리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큰 흐름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절차를 거쳤더라도 문제가 발생했다면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다시 번복될 수 있다고 본다. 설계변경은 무조건 안 된다는 전제조건을 깨야 한다. 비용이 추가된다는 경제논리 때문에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문화의 전당과 광주정신은 무한한 세월을 함께 살아야 한다. 당장 들어가는 돈에 급급해 제대로 된 문화적 자산을 만들지 못하면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제 와서 딴죽을 거는 행위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경계하면 될 일이다.

오월정신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문화전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문화전당은 문화의 생산과 전파, 창달에 그 역할이 있다. 그 결과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전당건립 사업에 돈이 기준이 돼서는 곤란하다. 문화전당은 정부가 법으로 보증한 사업이다. 잠시 공기가 지연된다고 해서 쉽게 없앨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 MB정부의 철학에 문제가 있다. 너무 경쟁논리에 매몰돼 있다. 현 정부의 각료들은 자신들을 기업체의 임원들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국가와 기업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의 정책에는 보수와 진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와 기업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MB정부가 보수적 정책기조 위에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탓할 수 없지만 기업가 마인드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문제다. 

정부가 기업가의 논리로 지역정책을 결정하다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민간 기업은 손해가 나는 곳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는 국민이 사는 곳이면 어디라도 국민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손해나는 곳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 국가를 꼭 기업처럼 운영한다. 

MB정부는 지금 비교 우위적 경쟁이 아니라 절대 우위적 경쟁에 입각해 예산을 배분하고 있다. 지역별로 경쟁을 시켜 우위에 있는 지역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낙후지역의 경우, 단 하나의 사업도 배분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지역 간 불균형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 이민원 광주경제살리기운동본부 준비위원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터뷰에서 ‘문화도시’와 ‘5+2광역경제권’ 등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그 물꼬를 트게 하는 ‘수도권 규제’에 대해 지방이 단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그 핵심이다. 수도권 집중과 독점은 비효율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수도권 규제로 지방 활성화가 가능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으로 향하는 물길을 거꾸로 돌리는 행위다. 위에서 물꼬를 막아버렸는데 아래에서 물길을 두고 싸움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지방이 수도권 규제완화 철폐를 위해 단결했어야 하는데 지역의 이익에 급급해 그러지 못했다. 가장 근본이 되는 것부터 지켜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권구상’에 대해 광주시가 반발하고 있다
  
▲ 광역경제권 구상은 애초 참여정부의 작품이다. 그것은 지역별로 국가단위를 만들자는 일종의 지역 국가 구상이었다. 전국을 광역경제권으로 나눈 뒤 예산과 권한을 배분함으로써 진정한 지방화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정부가 세계시장에 하나의 독자적 경제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지방에 재원과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광역경제권 구상의 핵심이었다. 그럴 때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은 이미 그런 경지에 올라와 있다. 결론적으로 광역경제권 구상은 지방을 발전시키는 기본 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MB정부의 ‘5+2 광역경제권’ 구상은 역으로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지역의 역할을 배제하는 정책이다. 현재의 경제규모와 형편에 따라 자원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균형발전정책은 먼저 지역이 비전의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예산을 배분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MB정부는 덩치가 큰 지역의 경제를 기준으로 자원배분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역의 불균등 발전을 고착화 하는 것으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향후 한국경제는 중국경제의 자장 안에 포섭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우리 경제의 중심축도 경부축에서 서남축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틀이 제시돼야 한다. 하지만 MB정부는 서남축에 대해 전혀 고심한 흔적이 없다. 오히려 서남축을 홀대하고 있다. 광역경제권은 경부축보다 오히려 서남축에 더 많이 배분됐어야 한다. 국가를 이렇게 가볍게 움직여도 되는지 우려스럽다.
  
-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않겠다고 했다가 기습적으로 경인운하의 추진을 선언했다
  
▲ MB정부가 현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능력이 없는 것 같다. 경제위기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고 뭔가는 해야 하는데 대운하 삽질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경제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면 대운하는 추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국가 빚을 내가면서까지 토건업에 올인 하고 있다. 우리나라 건설업의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런데도 그 비중을 더 높이고 있다.

대부분 경제가 어려울 때는 새로운 산업이나 미래 산업에 주목한다. 그런데 MB정부는 토건사업에 목을 매고 있다. 어떻게 건설업이 미래 산업이 될 수 있나. 대운하 사업이 다른 산업에 얼마나 큰 연관효과를 가져올 지도 미지수다. 국가 빚은 두고두고 미래세대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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