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우린 아이들과 이렇게 살았다
지난 1년 우린 아이들과 이렇게 살았다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8.12.01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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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비아중 분회 참실 발표회
풀뿌리 참교육으로 공교육 지켜

▲ 지난 26일 비아중 분회에서 열린 전교조 참교육 실천발표대회는 우리 교육현장이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사진은 비아중 교사밴드 ‘샘스’의 축하공연 장면.

학생들이 모두 학교를 떠난 오후 5시 일단의 교사들이 학교 도서관에 모였다. 그중 몇몇 교사가 결성한 밴드 ‘샘스’가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얼굴찌푸리지 말아요>를 차례로 부른다. 좌석에 앉아있던 다른 교사들도 따라서 흥얼흥얼….
  
지난달 26일 광산구 소재 비아중학교에서는 ‘창조적인 교육적 사고와 실천 그리고 나눔’이란 주제로 2008년 비아중 참교육 실천발표대회(이하 참실)가 열렸다.
  
20명의 교사들이 지난 1년 동안 부대끼며 살아온 이력이 가감없이 전해진 발표회. 공교육 파탄, 사교육 천국의 냉혹한 현실을 일선 교사들은 참실을 실천하며 건강하게 헤쳐가고 있었다. ‘전교조의 꽃은 분회, 분회의 꽃은 참실’이란 말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교육현장에서 노력하는 교사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교사들의 활동이 자족적인 것에서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발표한 참실 사례에서 드러났다. 
  
밴드의 축하공연이 끝나자 지난 시간 전교조 광주지부 비아중 분회에서 활동해온 교사들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흘러갔다. 자신의 모습에 쑥스러워하면서도, 동료 교사의 모습에는 웃음을 연발하는 등 분위기도 화기애애.    
  
올해의 목표를 ‘학급체험활동을 통한 공동체성 키우기’로 설정한 고병연 교사는 지난 7월과 11월 두 차례 학급야영을 통해 이를 실천했다.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적절한 프로그램을 배치해 아이들이 친구들과 부대끼게 했다. 
  
학창시절 추억을 마련하겠다고 야영을 접했던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하며, 공동체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두 번째 야영에선 스스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하는 모습을 보며 부쩍 성장한 아이들을 느낄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교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야영을 권한다”는 고교사는 “야영 프로그램을 시도해 볼 선생님들께 모든 노하우를 전하겠다”며 자신의 경험을 동료교사들이 나눌 것을 내심 바라기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기형훈 교사는 “어글리 코리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며 좋은 한국의 이미지를 위해서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한국학교에 동료교사들이 참여할 것을 권했다.
  
비아중에 때 아닌 영화촬영 붐을 몰고 온 교사도 있었다. ‘UCC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기’를 시도한 오승석 교사는 ‘인터넷 진흥학교’를 신청해 무료로 제공받은 캠코더·디카를 적극 활용했다.

외부강사를 초빙해 편집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시나리오 및 시놉시스 작성 요령도 훈련시켰다. 매사에 의욕이 없던 한 아이는 지금 동영상 찍는 재미에 푹 빠져 있고, 이달 말쯤이면 학생들의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큐멘터리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이창익 교사, 1년 학교 시간표를 의미하는 ‘수업계’를 학생과 교사들의 편의를 위해 원칙을 세우고, 고민한 고재천 교사, 분회 신문을 제작해 동료 교사들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해준 이세라 교사, 아이들이 과학을 알아가는 재미를 외면할 수 없어 1년 토요일 오후를 통째로 반납한 공택규 교사 등의 사례도 돋보였다.
 
학교 안팎을 넘나들며 아이들과 지역사회를 위해 고민하고, 참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모습에서 참 선생님의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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