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에게 길을 묻다
민중에게 길을 묻다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8.11.1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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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상 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제초제 뿌려 항의하는 농촌현실에 결심

▲ 미래가 암담할 때 민중에게 길을 물어 답을 찾는 유원상 농민회 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민들이 대접받는 사회는 반드시 온다”고 말한다.
 “활동가들 사이에선 ‘뭐든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땐 민중에게 물어보라’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곳을 찾아갈 때 그 지역 지리에 밝은 사람에게 길을 묻는 것과 이치가 같습니다. 앞이 막혀있을 때 농민들에게 묻고 답을 찾습니다. 민중에게 묻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바로 길입니다.”
  
부리부리한 눈매, 떡 벌어진 어깨, 볕에 약간 그을린 얼굴. 유원상 전국농민회 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정책위원장(39)의 첫인상은 건강함이었다. 누에를 치고, 동충하초를 재배하며 자연과 함께 보낸 지난 10여년의 세월이 그의 외모 곳곳에서 고스란했다.
  
농민들의 정치·경제·사회적 권익을 찾고, 나아가 북에 보낼 통일 쌀을 경작하는 등 통일사업도 병행하고 있는 농민단체에서 정책을 생산하고, 알리는 것이 유위원장의 일이다. 태어나서, 현재 살고 있는 함평군 나산면 농민회에서 활동하다가 올 초 광주전남연맹 정책위원장을 맡아 식량자급률법제화·농민생존권보장 등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유위원장을 찾았다.
  
순천의 한 대학에 다니던 2학년 시절. 여느 주말처럼 고향을 찾은 그는 낯선 광경을 목격했다. 마을 어귀 한쪽 논이 제초제를 뿌려 시퍼렇게 변해 있었던 것.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농민들의 항의를 충격적으로 바라본 그는 참담한 현실을 살아가는 농민들과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97년 졸업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당시 명맥만 유지하던 함평군 농민회 재건에 주력했다. 주변사람들 20여명과 농민회에 청년위원회를 만들고, 면 단위 지회 설립과 활성화를 위해 뛰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00년 신광면 지회를 시작으로 나산·손불·월야면 지회가 차례로 결성됐다. 제 역할을 하는 농민단체가 없어 받아왔던 설움은 농민회 결성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식량자급률법제화·농민생존권보장 매진

최근 쌀직불금 파동에 유위원장은 먼저 명단공개, 부당수령자 처벌을 주장한다. “정부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다는 것입니다”고 꼬집는 그는 당리당략에 얽혀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다만 지엽적인 쌀직불금 문제가 부각돼 근본적인 문제가 가려진 현실이 아쉬울 뿐. 농민들은 현재 식량자급률법제화·농민생존권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오는 25일 서울서 열릴 ‘한미FTA 반대·농축산인 생존권쟁취·식량주권실현을 위한 전국대회’에서는 이런 근본문제를 집중 부각할 예정이다. ‘식량주권 실현’·‘농민생존권 쟁취’를 위해 식량자급률법제화·생산비 안정화기금 특별법 등 ‘농정 8대 입법’과 ‘쇠고기 재협상’, 한미FTA국회비준 반대 등 8대 당면과제를 설정했다. 
  
더불어 우리지역에서는 기름값, 비료값, 사료값 상승에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전남도 등 지자체에 생산비 보존을 촉구하는 투쟁도 병행할 방침이다.   
  
“농업문제는 대부분 정책적 해결을 요하는 것들이어서 상경투쟁 등 대정부 항의 집회가 많습니다”고 말하는 유위원장은 농민회의 내실을 다지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난 시간을 아쉬워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책적 문제에 주목하면서도 농민회 회원들과 함께하는 사업도 주도적으로 펼쳐갈 계획이다.  
  
지난 촛불에서 우리사회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유위원장은 촛불을 통해 국민들이 사회문제를 올바로 인식한 것이 희망의 근거라 말한다. “국민들은 앞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호도되지도, 좌시하지도 않을 것이고 계기가 되면 분출할 것입니다”고 말하는 그는 국민의 각성이 새로운 사회를 위한 힘임을 강조했다.  
  
“식량 등 먹거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지금,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이 대접받는 시기는 반드시 찾아올 겁니다”는 유위원장. 그는 농민회를 중심으로 그런 때를 준비하고, 앞당기는데 일조하는 것으로 자신의 앞길을 설정했다.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그는 오늘도 농민들 속에서 길을 물으며 건강한 사회를 위한 한 걸음을 성큼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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