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준수하라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8.11.17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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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양산, 희망없는 한국사회
저임금·고용불안에 편할 날 없어…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70년 전태일 열사는 온몸을 불사르며 당시 열악한 노동현장을 고발했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 후 4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의 사정은 어떠한가.
  
97년 IMF 한파로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렸다. 시장개방과 노동유연화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경제정책 기조는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을 강요했다. 그 결과가 희망 없는 사회,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비정규직 노동자는 860만에 육박한다. 이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56%인 셈이다. 신규채용의 최소한 75%가 비정규직임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임금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때도 멀지 않았다. 
  
우리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지역 임금근로자는 약 65만명. 여기에 56%를 적용하면 38만명이다. 명등룡 광주비정규직센터 소장은 고용산업구조가 취약한 우리지역 사정을 감안해 최소 40만명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광주에 있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이렇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추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기관에서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 하물며 임금·고용·복지실태 등 기초자료가 파악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실태 파악도 의문인 곳에 권리에 대한 주장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비정규직센터와 민주노총 광주지부에 따르면 광주지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선택마저도 제한당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업체에 근무할 때는 해고가 두려워 부당한 처우를 속으로 삭이고, 일단 해고되면 권리구제를 위해 몇몇 단체를 통해 노동청에 진정하는 게 전부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크게 저임금, 노동강도 강화, 고용불안으로 요약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참담하다.
  
하소연 할 곳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및 해고자들은 명소장과 민주노총을 통해 자신들의 부당한 처지를 알렸다. 상담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노동현장이 40년 전보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90%를 넘고, 4대 보험도 제대로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 1년 계약직의 경우 해고통지도 구두·문자메시지를 통해 1개월~1주일 전에 통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상적인 불이익은 말할 것도 없었다. 복지는 꿈도 못꾸고, 산재처리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몸이 아프다고 말하면 해고라는 대답이 날아왔고, 심지어는 노동자 스스로 돈을 들여 치료하라는 사업주의 말까지 나왔다. 한 달 벌어 다음 한 달 끼니를 해결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병원치료는 사치였다. 결론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은 없었고, 인간의 권리는 실종된 상태였다.
  
상대적이지만 우리지역은 비교적 빨리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생겼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건설·금속·보건 등 13개 부문에 4천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재 가입해 있다. 노동조합 활동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나마 주장할 수 있게는 됐다. 하지만 직장폐업으로 맞서는 사업주 앞에서 이마저도 쉽지는 않은 실정이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 속에서 비인간적인 처우를 감내하며 겨울을 맞는 우리지역 비정규직의 실태를 시리즈로 점검한다. 40년 전 전태일 열사의 부르짖음이 여전히 유효한 한국사회는 과연 발전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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