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지역전략산업에 찬물
금융위기, 지역전략산업에 찬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9.1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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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의 (전남 나노바이오센터 원장)

9월 위기설을 가까스로 넘긴 우리경제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마치 쓰나미처럼 밀어닥치고 있다. 158년 전통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표면적으로 이번 사태는 미국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불러온 결과다. 근본적으로는 1980년대 이후 자본주의 경제성장의 강력한 대안으로 여겨졌던  미국식 금융자본주의가 그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서만 자본주의가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세기 말 정보통신 기술혁명은 슘페터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듯하였다.
   
하지만 세계화 이후 총자본이익률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몇 년간 M&A를 통한 기업의 인수합병이 크게 늘고 있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익 남는 사업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마땅히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다.

연구개발 등을 통해 신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보다는 ‘덩치 키우기’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였다. 역사적인 경험으로 볼 때 M&A로 문제가 해결되기 보다는 더 큰 모순을 잉태한다. 위기를 잠시 늦출 뿐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AIG보험 가입자들의 불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당장 해약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볼 것인지 판단이 어렵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1997년 IMF 금융위기를 겪은 터라 더욱 불안하다.

그때도 설마하다 수천 혹은 수억 원짜리 주식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던 점을 떠올릴 때 어떤 설명으로도 불안감을 씻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혹자는 IMF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우리나라 금융 체질이 매우 유연해졌다고 한다. 조기경보시스템이 가동되고,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선진금융기법도 배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외국금융기관이 우리나라에 많이 진출했다고 우리 경제의 안정성이 높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외국보험사와 투자회사의 국내영업 진출로 미국 금융계의 위기가 여과장치 없이 우리나라 금융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 불안정성이 훨씬 높아진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집중된 수도권 보다 경제구조가 취약한 지방에서 금융경색은 더욱 심각하다. 휘발유를 비롯 각종 생활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가뜩이나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는 지방의 영세 자영업자나 벤처기업들의 목줄을 바짝 조이고 있다. 은행이나 투자기관들의 보수적인 자금운용은 시중의 돈줄을 마르게 한다.
   
특히 기술개발과 신제품에 승부를 걸고 세계시장을 노크하는 광산업, 생물산업 등 이제 막 싹이 돋아나고 있는 우리지역 전략산업분야 벤처기업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책자금이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새 정부 들어 각종 정부사업의 자금집행이 늦어지고 있다. 지역산업 육성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책기조가 도로 항만 공항 등 SOC개발 중심으로 대폭 바뀌는 추세다. 이런 와중에서 기왕에 책정된 정책자금의 집행도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보통 때 같으면 벌써 정부사업의 자금지출이 상반기 동안 상당히 이뤄져야 마땅하다. 정부자금 집행의 지연은 지방의 취약계층과 벤처기업 등에 더욱 어려움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는다. 정부는 취할 수 있는 응급조처부터 조속히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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