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마음으로서 한가위
넉넉한 마음으로서 한가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9.0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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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성 균형사회를 여는 모임 사무국장

대명절인 추석 한가위가 10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벌써부터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서민들의 마음엔 명절이 결코 즐겁지만은 아니한 것 같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에겐 특히 가족들이 함께 한 행사는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요즘엔 인간관계도 더욱 어렵게 얽혀 있어 추석 등 명절은 기꺼운 마음으로의 웃어른이나 도움이 필요로 하는 이웃에 대한 배려로서 선의보다는 형식적인 인사치레로서 이해관계의 사람들을 챙겨야 하는 행사의 날로 어느 덧 변질되고 있다.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다 같이 어울려 농사를 마무리 하며 다음 해를 함께 계획하는 축제의 날이 본래의 한가위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만큼만을 간구하는 모습에서 욕심내지 않는 우리 선조들 살림살이 지혜와 인생의 살아가는 겸손한 자세를 엿볼 수가 예전에는 있었다.

이젠 땅의 소출 물로서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정착생활이 사라지면서 예전과 같은 흥을 돋아 내지는 못하다.
  
그러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에게 여전히 정취 깃든 고유의 우리 민속행사이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수확기인 가을에 풍성한 결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과 함께 이를 즐기는 풍습은 비슷하다.

땅을 의지하면 살던 시대엔 온갖 생명체들이 경외의 대상으로 떠받들어 지고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자연스런 과정들이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동안 이어져왔다.

그러나 요즘의 시대엔 사람들이 결코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는 새로운 욕구를 찾고자 하는 탐욕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질적인 삶은 예전보다는 훨씬 풍족하여졌음에도 부족함을 표출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만 나고 있다. 정신적인 황폐함으로 사람으로서 본분을 망각하는 경우까지 자주 접하기도 한다.

어느 덧 무더위는 물러나고 아침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우리 곁을 찾아든다. 생멸의 자연섭리는 우리 생활과 늘 함께 하지만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지혜를 망각하면서 자신들이 100년 아니 1,000년이나 10,000년 살 듯이 과도한 욕심들을 부리면서 더 많은 소유에 집착을 한다.
  
한 나라를 제대로 돌보아야 하는 지도자라는 사람은 시장의 장사꾼만 못하는 발언으로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킨다. 실업자 해소라는 명분으로 재개발, 재건축을 정책과제로 남발한다.

동네다운 동네가 사라지면서 이웃의 개념은 아예 실종되고 있다. 성냥갑을 쌓아 놓는 듯한 도시 흉물에서 그 어떤 아름다움도 결코 기대할 수는 없다.
  
서울에 그나마 남아 있던 마을 공동체로서 한양주택단지를 수도권의 상징으로 보존하자던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뉴 타운 건설을 명분으로 이를 철저히 해체하였다. 이는 더 많은 소유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심과 결합되었던 부끄러운 시대의 비극이다.
  
광주도 때로는 그 나쁜 관례를 그대로 답습하여 뜻있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세상의 행복은 물질로만 얻어질 수는 없음에도 사람들의 관심은 물질에 더 집착을 한다.

세계 10위권내의 경제대국인 한국이 행복지수는 100위를 넘어 뒤에서 한 자리 순위를 다투고 있다. 주변 삶의 조건들이 망가지고 있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금년 추석 한가위엔 편리함을 뒤로 하고 아이들과 말바우, 송정시장 등 주변의 재래시장을 찾아 나서보자. 아이들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은 풍요와 편리함이 결코 아니다.

다소 불편하지만 우리 이웃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을 눈으로 직접 접하게 하는 것이다. 조금 비싸도 사주고 조금 불편해도 참아주는 넉넉함이 이번 한가위엔 보름달처럼 부풀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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