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영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영화”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8.09.01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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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조선희 한국영상자료원 원장 특강

“영화 보존 작업은 당대의 기록이자 미래의 큰 자산이다”
  

▲ 조선희 한국영상자료원 원장.
조선희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이 27일 광주를 방문,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한국영상문화 발전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내용과 더불어 씨네21 편집장을 하며 겪었던 삶에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2006년 문을 연 한국영상자료원은 ▲필름보관고 ▲영화라이브러리 ▲시네마테크 ▲영화박물관 등 4가지 시설을 운영한다.
  
한국영화를 발굴하는 작업과 함께 훼손된 영화 필름을 복원, 디지털 작업을 통해 영구 보존할 수 있는 기록 작업을 하고 있다. ‘영화 천국’이라는 수식어답게 국내 유일 영화 아카이브(특정 장르에 속하는 정보를 모아둔 정보 창고)기관이다.
  
조선희 원장은 “영화 보관과 영화 콘텐츠 활용 두 가지를 충족할 수 있는 이상적 구조를 갖춘 아카이브기관”이라고 설명했다.
  
1974년 국책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영화 정책 사업은 체계적인 보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1960년 이전의 영화 보존률은 10% 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외 각국에서 초창기 한국 영화 필름 수집에 열을 올리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영상자료원이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전영화 찾기에 고심하던 이들에게 “고전 영화를 많이 보관하고 있으니 와서 확인하라”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 것.
  
조 원장은 “그전까지만 해도 가장 오래된 영화가 1936년 작품 ‘미몽’이었다”며 “지난해 발굴한 영화가 1934년 작품 ‘청춘의 십자루’였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영화 역사 2년을 앞당긴 영화인 동시에 국내 유일 무성영화인 것. 필름 훼손 정도가 심해 국내에선 복원이 힘들어 해외에서 복원작업을 거쳤다.
  
의미 있는 영화를 대중들과 함께 나누고자 지난해 ‘청춘의 십자루’를 상영했다. 1930년대처럼 변사와 악극단을 갖춰 상영된 영화에 대한 반응은 실로 뜨거웠다.
  
조 원장은 “1930년 고전 무성 영화가 현대 대중들과 어떻게 섞일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인 셈”이라며 “성황리에 공연이 끝나 앵콜 공연을 갖기도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만에서 발굴된 작품 ‘열녀문’은 첫 번째 디지털 복원작으로 지난해 깐느 영화제에 초청됐다.
  
조 원장은 “한국 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선 지역에도 영상자료원이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분원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조 원장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1982년 대학졸업과 동시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대 언론계는 보수적이었다”며 “여자를 뽑는 언론사도 몇 군데 없던 데다 매일 ‘보도지침’이 내려와 기사 방향까지 제시하던 때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권력과 광고주로부터 자유로운 글에 대한 갈망이 컸던 시절이었다. 기자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있을 즈음 그녀는 씨네21 편집장을 맡았다.
  
조 원장은 “영화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 중책을 맡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영화잡지를 발간했다”며 “한국 영화가 한 해 50편정도 제작되던 시절, 한국 영화를 다룬 영화 주간지를 만든다고 하니 주위 만류가 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중성과 전문성을 고루 갖춘 영화잡지를 만들고자 매 호 독자 피드백을 통해 지면 개편작업을 했다. 5년 임기 동안 씨네21은 명실상부 최고 영화잡지로 자리매김했다.
  
“기자 생활 10년 차에 접어들자 이제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조 원장은 소설가 길을 걸었다. 
“모든 저널리즘 글은 시한부일 수밖에 없다”며 “정해진 기사량과 발행되는 기간 내에서만 유효한 글에 늘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강연을 마치며 “모든 일은 시작이 어려운 법”이라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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