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할만한 협의 수준 어디까지인까
만족할만한 협의 수준 어디까지인까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8.08.15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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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단체 “본관에 별관 당연히 포함된 줄 알아”
추진단 “할 만큼 했다…나머지는 건축가 몫”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사업이 도청 별관 철거논란으로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 14일로 52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5월단체는 “미래세대의 역사교육을 위해서라도 오월역사의 원형을 유지한 유일한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5월단체는 당선작 설계자 우규승씨가 5월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설계변경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제라도 설계를 변경해서 별관 건물을 존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 8월 별관을 철거하려던 추진단측은 농성단의 입장을 고려해 9월말까지 철거를 연기하기로 하고 별관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의 흙파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별관 철거 논란과 관련한 추진단의 입장 또한 완고하다. 단군 이래 최대의 문화사업 프로젝트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5월단체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했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것.

양홍석 추진단 총괄과장은 “광주만이 갖고 있는 5·18정신이 담긴 건물과 무등산을 고려한 최적의 설계안”라며 “재설계 요구는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팽팽한 입장대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사태의 발단이 무엇이었는지 쟁점들을 정리해본다.


▲ 논란이 되고 있는 옛도청 별관 - 아시아문화전당 설계작 대로라면 ㅁ자로 표시된 증축건물 부분이 철거되고(사진 위) 전당이 완공되면 그 자리에 진입로가 연결된다(아래).
5월단체, 왜 이제 와서… - 5월단체들은 우선 도청본관 보존 방침에 별관건물이 당연히 포함된 줄 알았다고 주장한다. 김공휴 도청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 부대변인은 “기공식이 열리기 바로 직전에야 도청본관에 별관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알았다”며 “기공식 전에 바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문화중심도시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5월단체의 뒤늦은 문제제기는 엄밀히 말해 단체 대표자들과의 소통부재 책임도 한몫하고 있다. 추진단측은 지난 2005년 상반기 전당건립을 위한 국제설계경기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수만 5·18유족회 회장, 김후식 전 부상자회 회장, 이성길·이무헌 전 구속부상자회 회장 등 3단체 대표들과 건물도면을 보면서 협의를 했고 당선작이 발표된 뒤에도 설계안을 가지고 몇 차례 설명회도 가졌다고 밝혔다.

당시 추진단 연구실장으로 있었던 김양현 전남대 교수는 “5월단체와 접촉창구 역할을 하면서 5월단체 대표, 관련 건축가, 전당 시설팀장, 광주시 문화수도 지원과장 등이 수차례 전화통화와 만남을 가지면서 충분한 설명을 했다”며 “이러한 과정은 본인의 다이어리에 소상히 정리돼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원형보존을 주장하는 대표들과 건축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축가들 사이에 언쟁이 붙기도 했었다고 회고했다.

이에 대해 역시 5월단체 대표들의 창구역할을 맡았던 이성길 전 회장은 “장관이 약속까지 한 마당에 (도청 일부건물 철거는) 기획단 측의 희망사항이었지 5월단체는 줄기차게 원형보존을 주장해왔다”며 “문광부측에 5월단체 회원들에게 편지라도 보내 공청회라도 가져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진단측은 설계지침을 만들 때도 대표성 있는 임원들에게 도청본관과 별관을 확실히 구분해 설명한 만큼 단체 내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인 반면 5월단체에서는 회원들이나 시민들의 의견 청취 의무는 어디까지나 문광부 몫이며 잦은 인사이동으로 장관의 약속이 하위 공무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은 결과라는 주장이다.

별관 철거 정말 몰랐나 - 추진단 내부에서도 정동채 장관의 ‘원형보존 약속’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적인 발언’이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시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장관 면담 이전에 5월단체 대표들과의 만남을 통해 5·18정신을 담는 전당설계를 위해서는 도청 일부 건물의 망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누차 설명하고 설계 공고까지 내보냈으나 정 장관의 말 한마디가 상황을 다시 어렵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최초 공모안이 나왔을 때도 5·18단체의 반론이 있었고 이를 상당부분 받아들여 도청본관 건물과 민원실만 남겨둔다는 최초 공모안의 방향이 이 때문에 결국 국제설계경기 홈피를 통해 도청 본관과 민원실, 경찰청 본관과 민원실, 상무관을 보존하는 쪽으로 보존시설 확대를 골자로 한 변경공지가 이례적으로 나갔다. 이때만 해도 5월단체 대표자들은 별관 철거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추진단 관계자의 말.

5월단체 내부의 소통이 원활치 못했다거나 전당설계안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나 어지관한 관심 아니고서는 분간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추진단 관계자는 “과거의 어느 국책사업에서 전당건립 계획만큼 언쟁과 논의, 설명회와 공청회가 많았던 적이 있었느냐”고 항변하고 “원형보존 주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예술작품을 훼손하자는 것으로 상식 수준에서 역사적인 보존이 이뤄졌다면 나머지 몫은 건축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기타 쟁점과 향후 일정 - 추진단 측이 설계변경을 섣불리 받아들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  하나는 간신히 봉합해 놓은 상처가 이번 일로 다시 터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한몫 거들고 있다.

오랜 도심공동화에 목마른 동구 주민들이며 첨단의 고층건물을 주장하던 랜드마크 논란, 대형 공연장 건립을 주장했던 예술단체 등 근 2년에 걸쳐 간신히 조정을 마무리해 놓은 논쟁들이 또 다시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그리고 20년에 걸쳐 조성될 예정인 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잘못 꿴 첫 단추 때문에 장기 표류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크다.

불의에 항거하며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았던 5·18이 별관 철거 갈등으로 지역 내 의사소통의 억압적 기제로 자리한다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지혜를 모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추진단과 5월단체는 조만간 별관 철거 논란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키로 하고 양측이 토론회 방식에 대한 제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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