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
버릴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8.08.08 2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닷컴]

광주시는 지금껏 민주·인권·평화의 광주정신과 가장 부합한 대회라는 명분과, 경제효과 1조5천 억·고용창출 3만 명의 실리를 들어 U-대회 유치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명분도 실리도 찾을 길이 없다. 더구나 ‘묻지마’식으로 추진하는 양태를 보고 있자니 난감한 지경이다.
  
지난달 9일과 지난 5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에서 주최한 두 차례의 U-대회 관련 토론회에 이기신 광주시마케팅 본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그간 U-대회 유치 활동 관련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패널들은 실무를 총괄했던 이 본부장에게 집요하게 요구했다. 지난번 “유치활동에 들어간 101억원의 사용처를 소상히 밝히라”고.   
  
이 본부장은 한편으로 단호하게, 다른 한편으론 사정을 해가며 “예산공개는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사안이다”고 말했다. 민법32조의 사단법인인 유치위원회는 예산공개의 의무가 없고, 그 사정을 법제처에 자문까지 구했다고 했다.

또 국제대회 유치하다 보면 밥도 먹고, 술도 먹는데 어떻게 일일이 공개하느냐며 국가의 신뢰(신인도)도 거론했다. 한마디로 법적 근거도 없고, FISU 관계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기에 예산공개 불가라는 입장이었다.
  
한술 더 떠서 이제 노하우(?)가 생겼으니 2015년 대회 재도전을 믿고 맡겨달라고 했다. FISU 집행위원들의 ‘성향 파악’ 운운하는 것을 보니, 그들의 마음을 훔칠 비책을 터득한 모양이다.
  
여기서 이 본부장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아무리 사단법인이라도 40억 원의 시민의 세금이 들어간 사업의 예산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민주’적인가. 27명의 FISU 집행위원의 인격을 지켜주기 위해서 시민의 알권리를 묵살하는 것이 ‘인권’적인가. 예산 공개 불가 방침으로 광주사회를 각종 억측이 난무하는 분열로 이끄는 것이 ‘평화’적인가.
  
도대체 어떤 광주시민이 광주시에 U-대회 유치를 위해서라면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무시해도 좋다고 동의했는지 정말 묻고 싶다.

또 이처럼 공개 못할 정도로 구린 밥과 술을 덥석덥석 받는 FISU 집행위원들이 주도하는 U-대회라면 과연 대회자체가 광주정신에 부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이런 대회라면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 세계인의 가슴에 남고 싶은 광주의 국제적 인지도 제고를 위해서라도 유치하지 않아야 옳은 것 아닌가.
  
경제효과 1조5천억 원, 고용창출 3만 명이라는 실리를 위해서라면 명분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이 본부장은 친절하게도 “수영장 하나만 더 지으면 U-대회 유치가 가능하다”는 한 FISU 집행위원의 말을 직접 거론하며 경기장 7개를 신축해야 달성가능한 경제적 실리를 부정했다.

그간 U-대회 유치의 금과옥조였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U-대회 타당성 조사를 말한마디로 무효화 시켜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면 광주시의 U-대회 재유치의 논의는 명분도, 실리도 없게 되는 셈이다.
  
박광태 시장은 공개석상에서 2015년 U-대회 유치도전을 전적으로 시민의견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박 시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이다. 그만큼 재도전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명분과 실리가 사라진 지금 과연 무엇이 남았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