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석 시조시인
꿈에 다니는 길이 자최 곳 나랑이면
님의 집 창 밖에 석로라도 달으련마는
꿈길이 자최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 자최: 자취. 흔적.
* 곳: 곧. 그대로. 고스란히.
* 나랑이면: 난다면. 남는다면.
* 석로: 돌길.
* 달으련마는: 닳으련마는. 닳고 닳았을 것을.
'꿈'이 아니면 그나마도 보기 힘든, 그렇게 현실에서는 쉬이 만날 수 없는 '님'인 듯하다. 그러나 '꿈'은 '꿈'일 뿐 '현실'은 아니다. 거기엔 '자취'가 없다. 이렇다할 '흔적'이 없다. 그저 꿈꾼 후에 남는 것이 있다면 '잔상'이고 '상념'일 뿐.
그럼에도 '꿈꾼다'는 것과 '그린다'는 것은 서로 다르지 않은 말일 것이다. '꿈'은 '현실'의 반영이다. 즉 그리기 때문에 꿈꾸는 것이다. 또한 '현실'은 '꿈'의 투영이다. 그러한 '꿈'의 간절함과 진심어림이 때로는 '현실'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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