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한 사회
마음이 편한 사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2.0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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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정용식(광주중앙자동차 운전전문학원 원장)

‘좀도리’를 들어보셨습니까? 우리가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조그만 항아리를 부엌 한켠에 두고 밥 지으실적에 쌀이든 보리쌀이든 한 주먹식 따로 덜어 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쌀밥은 명절때나  먹을까 했고 100% 보리쌀만 가지고 밥을 지어 먹을때가 때반이었던 시기인지라 ‘좀도리’에 대해 여간 궁금해 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한주먹씩 덜어 놓은 곡식은 흉년이 들어 쌀독이 바닥 났을때는 비상용으로도 쓰였을 것이고, 집안에 애경사시 긴요하게 사용되기도 하고, 그리고 이웃집에 애경사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상호부조용으로도 십시일반 사용 되었을 것이다.   

나에겐 나쁜 버릇이 하나 있다. 매일 아침밥을 꼭 한숫갈 정도 남긴다. 습관이다. 밥을 적게 담아도 한숫가락, 많이 담아도 한숫가락, 그냥 그래야 속이 편하다. 그로 인해 결혼 이후 지금까지도 마누라에게 구박을 듣고 산다. 우스게 핑계도 댄다, 못 먹고사는 북녘동포를 생각하면 마지막 밥 한 숫가락이 들어가지 않아 그런다고, 미안함을 모면하는 말장난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아마 그러한 버룻은 어릴때 ‘좀도리’를 보면서, 조금 더 커서 항상 부모님들이 밥을 다 안드시고 남겼던 이유를 알게 되면서 형성된 것이 아닐까한다. 부모님이 배부르시다 하면서 남긴 밥은 오직 밥에만 의지해서 살았던 시기에 자식들이 더 배불리 먹게 하려고 하셨던 ‘남긴밥’이 갖는 깊은 뜻을 아마도 고등학생이 다 되어셔야 나는 알았을 것이다. 그런 가슴 아픈 과거의 기억이 요즘시기의 나쁜 습관으로 남아 영 고쳐지지 않고 있다. 

요즘 신문을 볼 때마다 온통 치장하고 있는 인수위활동을 보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철저히 경제논리.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고, 계산되어지는 사회로 탈바꿈 시켜가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가슴을 짓누른다. 경제지상주의를 넘어 황금만능주의로, 교육도, 인간관계도, 노사관계도, '비지니스 프랜들리(Business friendly)를 주창하며 기업 기 살리기를 눈물겹도록 하는 것 까지는 이해할 수도 있다. 나도 사업하는 사람이니까?  정부기관을 오직 효율성만을 근거로 통폐합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공무원 줄이면 세금도 줄 것 같고, 그동안 공무원들에 대한 깊은 신뢰도 별로 없었으니까?  영어몰입교육, 그래 그것도 이해할 수 있다. 수십년간 영어교육 받았지만 외국 사람들과 대화한마디 못하는 나를 보면서 세계화시대 살아남기 위해선 그럴 수도 있겠다. 이것 저것 인수위의 계획을 받아들일 수 있고 이해도 된다. 그리고 그것을 추진하고자하는 강력한 의지나, 저돌성, 추진력 그것도 좋다. 멋지다. 과거 박정희의 썬그라스, 전두환의 대머리, 김승연회장의 자식사랑보다도 훨씬 빛나게 보이기도 한다. 불도저의 강력함이 엿보이기에.

그러나 정치는 경제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정치는 주먹세계와도, 정치는 재벌경영과도 분명 달라야 할 것 같은데. 혼이 느껴지지 않는 정치, 사람의 정취가 느껴지지 않는 정치는 우리사회를  더욱 각박하게 만들어 갈 수 밖에 없기에 답답한 것이다. 철저히 우열을 가려내는 정치는 건조한 인간만이 살아남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그래서 나도 살아남기 위해선 더욱 건조한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명절을 앞두고 좀 더 마음이 편한 사회가 더욱 그리워진다.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명절을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하는 기업이 많다. 명절엔 더욱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설날을 앞두고 생각되어지는 것은 우리사회가 좀 더 나와 남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있는 좀도리 쌀독이나, 어머니의 남긴밥의 정신이 우리 정치에도 깃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요즘 사회가 너무 각박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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