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마녀사냥식 물갈이 옳지 않아”
손학규 “마녀사냥식 물갈이 옳지 않아”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8.01.22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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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광주 방문 “공천심사위 꾸려 공정성 기할 것”

▲ 22일 광주를 찾은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는 18대 총선과 관련해 "분명한 의지를 갖고 쇄신과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는 22일 4·9총선 현역의원 '물갈이론'에 대해 "획일적이고 일정한 틀에 가둬놓고 양도절단이나 마녀사냥식으로 배제하는 것은 선진민주주의 차원에서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당의 새 대표로 취임한 이후 최고위원들을 이끌고 처음 광주를 찾은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시당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대선참패에 따른 책임론은 인정하나 특정권역·그룹을 획일적으로 단죄하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대신 "이 지역 발전을 위해 대안세력으로 제대로 기여할 사람이 누구인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선정해 쇄신과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공천방법에 대해 "사회적으로 신망받는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공천심사위원회를 꾸려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특히 "호남지역은 냉철한 정신과 민심의 선도적 지표가 되는 곳으로 분명한 의지를 갖고 쇄신할 것이고 변화를 줄 것"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당내 전·현직 지도부들이 수도권으로 출마하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손 대표는 "당의 지도적 인사들이 전부 수도권에 나가느냐 마느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나 그 뜻과 취지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그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통합 "서두르지 않겠다"

지역에서 일고 있는 민주당과의 통합여론에 대해 손 대표는 "호남민의 여망인 민주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그간 진지한 노력이 계속돼 왔다"며 "다만 지난 대선과정의 통합논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지분·조건을 앞세운 분쟁보다 실질적인 통합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나 지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박 대표를 만나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좋은지 다른 실질적 통합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좋은지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조직개편안, "짚고 넘어갈 것"

손 대표는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야당으로서 개인보다는 당, 당보다는 나라를 우선한다는 정신으로 적극 협조하고 새 정부의 출범을 축복하려 한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의 뜻에 어긋나고 역사를 거스르고 우리의 삶을 해치는 정책에 대해서는 단호히 견제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수위에서 제기한 정부조직법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새 정부가 깊은 생각없이 눈앞의 효율과 기능적 능률만을 앞세워 시대정신에 어긋난 통폐합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저지할 것은 저지하고 바꿀 것은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그 예로 통일부, 정통부·과기부·해수부·여성부 등의 폐지 및 축소와 방송위, 인권위 등을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문제에 대해 그 심각성을 언급했다.

특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 폐지와 관련해서는 "광주의 발전은 지역의 발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미래발전, 문화중심국가로 발전하려는 대한민국의 전략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며 "이를 살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최고위원, 호남지역 의원들과 함께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손학규 대표는 방명록에 “광주정신 받들어 국민의 사랑받는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겠습니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손 대표는 오후에는 양동시장 등을 방문하고 24일 동교동 자택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할 예정이다.

[Tip]손 대표가 말하는 '품격'  

이 날 손 대표의 발언은 다분히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 발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공천에 대한 앞으로의 일정, 전략공천·여론조사 등 구체적인 방법 등의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외부인사를 영입해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예의 '외부인사' 얘기를 되풀이했다. 신당을 만들 때도, 새 대표를 뽑을 때도, 최고위원을 뽑을 때도 신당은 누군지도 불특정한 외부인사를 들먹이곤 한다. 

물갈이론을 묻는 질문에 오히려 손 대표는 "품격 높은 정치, 품격 높은 언어로 우리를 규정하자"며 털어내기 식 청산론을 부정했다. 책임론을 추궁하는 지역 여론에 두리뭉실한 '품격'을 방패로 내세워 예봉을 피해간 것. 

민주당과의 통합문제를 언급하면서도 말을 아끼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선 과정에서 정동영 당시 후보가 민주당 지도부와 최고의결기구를 5:5로 구성키로 합의했다가 뒤집힌 전례가 있어 꼬투리 잡힐 어떠한 말도 삼가하겠다는 태도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조심스러운 태도와 달리 지역에서는 신당 공천권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이 난무하면서 손 대표가 말하는 '쇄신과 변화'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과연 지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인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지역 일각에서는 현역 의원 중 누구누구는 손 대표와 가까우니 공천이 확실하다네, 신당에 참여한 민주계 몫으로 광주지역에 2석 또는 3석을 주기로 했다네 등등 온갖 소문들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말은 때로 여러 오해를 낳는다. 차라리 침묵을 택하는 편이 나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공당의 대표가 '쇄신과 변화'를 말하면서 '참신한 외부인사 영입'과 같은 상투적인 대안을 되뇌이며 '품격'을 찾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신당의 마지막 보루가 될 호남을 찾을 땐 지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지역을 떠도는 망령같은 소문들을 불식시킬 최소한의 '대답'은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신당은 지역에 손을 벌리기만 했지 한 번도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신당의 공천과정이 또 다시 계파 간 이해관계나 지분싸움으로 진흙탕이 된 후에도 손 대표가 또 다시 '품격'을 말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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