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경제와 회피의 비경제
도전의 경제와 회피의 비경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1.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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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형광석(목포과학대학 케어복지학과 교수)

국회의원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익히 들어본 이름들이 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한다. 그동안 지방에서 길러온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도 여럿 눈에 띈다. 이름깨나 자랑하던 사람들이 나고 자란 곳에서 출마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다. 평소에 한시도 고향을 잊어 본 적이 없다는 말도 한다.

수도권 선거구에서 당선되어 국사(國事)를 담당하면서 정치 일선에서 활기 넘친 활동을 해 온 현직 국회의원 중 몇 분이 연고를 내세워 지방으로 지역구를 옮길 차비를 한다는 기사도 보인다. 신문에 오르내리는 걸 보니, 출마할 지역을 구체적으로 헤아리는 모양이다.

어떤 정치 지도자는 광주·전남과 이러저러한 인연을 맺었는지가 평소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왜 이제야 말하는지 모르겠다. 선거철만 되면, 광주·전남의 연고자가 늘어난다더니, 이번에도 그런 모습이 다시 반복된다.

지난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좋든 싫든, 호남은 고립된 섬 신세가 됐다. 아파도 아프다고 소리 내지 못할 처지가 됐다. 처절한 패배였다. 상대방의 대세론이 밀물이었다 하지만, 자석 역할을 할 대항마를 형성하지 못한 점이 더 뼈아픈 일이다.

중앙에서 상당수의 정치 지도자가  꼼수로 비쳐지고 신의와 성실을 찾아보기 힘든 정치 공학에 두 눈을 팔았다. 한 눈만 팔아도 큰일인데, 두 눈 모두 팔고 정신을 놓아버렸으니, 누가 좋다고 했겠는가. 그래도 호남의 유권자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 이루어지도록 무게 중심을 잡으려고 무던히 애썼다.

선거구를 수도권에서 고향으로 옮기려는 선량(選良)의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첫째, 자기 도피이다. 스스로 지어 온 업(業)에 대해서 전혀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자신을 뽑아 준 선거구에서 그동안 4년간의 공과(功過)를 평가받음이 의무를 다하는 일이다. 설사 이번에 유권자가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명분을 갖춰 처신한다면 희망의 불씨는 남는다.

 둘째, 고향을 맨맛하게 보는 행위이다. 지방에 얼굴이나마 얼마나 자주 내밀었던가. 예정한 선거구의 곳곳을 들러나 보았는가. 지방에는 인물이 없다고 보는가. 수도권 일극 집중의 한국 사회에서 지방에서 살아가기가 모래바닥에 써 묻는 일임을 모르는가. 녹녹하지 않은 조건이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기계발에 힘써 온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 마지못해 피해 온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기는 할지라도 지지할 유권자는 없다. 고향에 내려와서 낙선함은 완전한 패배이다. 그에게 장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도전함이 장기적으로 살길임을 몇 사례에서 본다. 합리적인 경제인은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다. 응전은 장기적으로 실질적 이익을 만들어 낸다. 이 깃발로는 뻔히 번번이 질줄 알면서도 계속 한 길을 걸어 결국 대권을 장악했던 정치 지도자를 우리는 기억한다. 재임기간에 잘했든 못했든, 그가 국가 지도자로 커가는 과정은 현실 도피적인 정치인이 본보기로 검토해봐야 한다. 낙선할 줄 알면서도 계속 부딪치는 그에게는 바보라는 혹평이 따랐지만, 그의 도전 정신에 국민들은 환호했다.  1980년에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도 당선되기까지 여러 번 패했지만 그의 일관된 정치 철학을 미국 국민이 지지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패배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도전함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지금의 패배는 그저 패배일 뿐이다. 어설피 깨지면 시건방짐만 늘어간다. 그러다보면, 거목으로 자라지 못한다. 완벽하게 무너져야 한다. 빼앗긴 들에도, 지진으로 무너진 들에도 꽃은 핀다. 샘물도 솟는다.

수도권에서 정치 인생을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거기서 결판내기를 기대한다. 은퇴한 후에 고향에 내려와 거주하면서 지역에 이바지함이 더 바람직하다. 지금 내려옴은 명분 없는 하방운동(下放運動)이고 훼방행위이다.

필사즉생(必死卽生)이요, 필생즉사(必生卽死)이다. 응전하면 오래 살지만, 도피하면 한 점으로 사라진다. 속말로, 도전하면 돈이 벌리지만 회피하면 곳간이 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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