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새해 소망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1.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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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임수정(광주여성의전화 사무국장)

2007년, 많은 일이 일어났었다. 새해 벽두에 탈북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비롯. 전남대문화전문대학원에서는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서 해당 교수가 해임됐다. 구례교육장이 운전기사를 폭행하고 여직원을 성추행해서 물의를 빚었고, 광주시의회 의원이 ‘성매매 경험이 있어야’ 여성정책을 잘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서 여성계를 경악하게 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언어폭력이 문제가 되어 해당 공무원이 사표를 던지는 등 한 판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아내를 때려죽인 남자는 실형을 선고받고 징역을 살고 있다.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아니라 실형15년이다. 실수로 죽인 것도 아니고 아내를 때려 죽였는데 말이다. 성희롱을 한 교수나 교육장은 파면이 아니라 해임이다. 해임을 결정한 데는 가해자들의 가족을 생각해서라고 한다. 파면 당해서 퇴직금 한 푼도 못 받으면 가해자들의 가족이 너무 불쌍하다는 것이다. 정말 눈물겨운 온정주의다. 성매매 경험 운운했던 시의원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한마디 사과로 할 일을 다했다는 투다. 언어폭력으로 문제가 됐던 의원과 공무원은 나란히 언론에 나와 ‘없었던 일’로 하겠다며 원위치로 복귀했다.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제들도 있다. 인화학교 문제, 시청 비정규직 복직 문제 등은 해결이 요원하다. 2007광주전남대선연대 활동도 열심히 했지만 그 결과는 무척 우울했다.

2008년, 무자년 새해. 사실은 아무런 소망도 갖고 싶지 않다. 시무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상담실 전화는 쉼 없이 울어대고, 아버지의 친구가 성폭행을 일삼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맞이한 아내를 죽도록 두들겨 패고, 조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태중의 아이를 억지로 유산시키는 반인륜적인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사회, 그것이 다 사람살이려니, 외면하는 우리 사회에서 내가 갖는 소망이 아무리 작다한들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설사 이루어진다 해도 민망한 일이다. 행복, 만족, 사랑…… 인간 삶의 기본 조건들은 이제 힘센 사람만의 욕망이 되어버렸다. 모두 함께 행복하고 만족하고 사랑하기보다 남을 죽이고, 패고, 짓밟고라도 나만 돈 잘 벌고 나만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심으로 들끓는 시대에 무엇을 소망할 것인가.

그럼에도 나는 소망한다. 시민의 대표라는 자들이 좀 더 치열하게 공부하여 민주주의와 개인의 영달의 차이를 분명하게 깨닫기를,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여성폭력 가해자들이 이 땅에서 사라지기를, 그리하여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여성의 복지증진과 가정, 직장, 사회에서의 성 평등을 이룩한’ 광주여성의전화가 여성폭력 종식과 함께 문을 닫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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