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새 패러다임이라.....
교육의 새 패러다임이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1.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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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장휘국(광주광역시 교육위원)

2008년 새해가 밝았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인 새해 아침이다. 올 한 해는 지저분한 모든 것들이 이렇게 하얗고 깨끗하게 바뀌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이제는 교육이 무한경쟁의 전쟁터가 될 우려가 더욱 커지니 마음은 무겁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지만 정말 잘 하시기를 바란다. 아무리 공약이라 해도 그 실행에서는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없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첫 번째 보고가 교육부 업무였고 그 주된 내용들이 모두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스럽다. 교육부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여 그 업무 가운데 초·중등의 보통교육은 지방으로 이양하고, 대학입시 등 대학 관련 고등교육 업무는 대학에 자율로 맡길 것이라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감하고 바람직한 부분도 있지만 그 전제 조건들을 갖추지 못한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점이 불거질 것이 뻔하니 걱정이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는 같은데 어찌 그 달성 과정이 이렇게도 다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율 외피 경쟁 조장

초·중등 교육 업무를 대폭 지방에 이양하는데 자립형사립고나 특목고 설립 등 학교 설립권을 교육감에게 완전히 이관하겠다고 한다. 더구나 자율형사립고 100개를 비롯한 특목고와 기숙형공립고 설립이 공약이다. 이제 각 지방마다 외국어고와 과학고, 자립형사립고가 우후죽순처럼 마구 들어설 것이다.

원하는 학생들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수요만큼 학교를 세우면 경쟁이 완화되고 사교육도 줄어들 것이란다. 말은 그럴 듯 하다. 그러나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된 학부모들, 자녀 성적을 계급으로 여기는 학부모들을 모르는 생각이다. 이제 우리 지역에도 외국어고와 자사고 몇 개가 세워질 것이고, 다른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얼굴 들고 다니기도 어려울 것이다. 마치 지금 실업계 학교처럼 무시할 것이다. 따라서 입시지옥이 중학교와 초등학교로 내려가고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교원의 정원 업무도 지방으로 이양할 것이란다. 지방마다 재정자립도가 엄청난 차이가 나는데 교육재정에 대한 분명한 조치도 없이 정원을 이양하면 어찌 될까? 너무나 뻔하다. 돈 많은 부자 지방은 교원도 많고 시설도 좋을 것이고, 가난한 지방은 교원도 적고 시설도 뒤떨어질 것이다. 교육의 질이 달라질 것이 뻔하다.

전국적 학력평가도 확대하고, 그 결과 공개도 확대할 것이란다. 무슨 속셈인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수준과 위치를 알고 싶어 한다고? 그럴듯한 구실이지만 사실은 지역간, 학교간 성적 격차를 공개하여 학교등급제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정의사회이고,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런가? 학부모 재력이 학생 성적과 정비례하는 사회에서 모든 아이들에게 똑 같은 조건으로 경쟁시키고, 그 결과만으로 보상하는 것이 정의사회인가?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 뻔하다.

인간에 대한 성찰 있나

세계적으로 교육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핀란드나 스웨덴의 교육은 결코 경쟁을 강화하는 교육이 아니다. 교육 경쟁력은 학과 시험 점수로만 매겨지는 것이 아니다. 필기시험 점수가 사람의 점수나 경쟁력일 수 없는 것이다.

시험 점수보다 정직성, 협동심, 성실성, 책임감, 창의성 등이 더 큰 경쟁력이다. 그런 것들은 기본이니까 말할 것도 없고, 그 위에 더하여 시험 점수라고 말하지 말자. 모든 경쟁을 점수로 하면서 정직, 협동, 책임, 성실하라고? 그러면 경쟁에서 뒤지는 줄은 아이들도 다 안다. 이기기 위해서는,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도 잘 안다.

새 당선인의 교육정책에는 교육의 핵심 고민인 인간에 대한 성찰이 없으니 안타깝다. 제발 부작용이나 역기능을 고려한 정책을 수립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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