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이 남긴 교훈
17대 대선이 남긴 교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2.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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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이재의(나노생물방제실용화센터 소장)

얼마 전 치러진 17대 대선에서 보수진영이 압승했다. 이런 투표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까지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폭과 깊이가 매우 심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다. 이를 위해 이번 선거결과가 우리에게 던져준 몇 가지 의미와 새 정부의 과제를 짚어보자.

첫째, 이번 선거를 관통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세계화’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선거 내내 쟁점이 됐던 것은 ‘양극화’와 ‘실업’ 문제였다. 세계화의 어두운 그림자다.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가난한 나라들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유럽 등 선진국조차 세계화의 진전과 더불어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급기야 양극화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얼마 전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발발한 심각한 소요사태도 이 때문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보듯 사회복지, 균형발전 등에 역점을 둔 진보적인 정책 조차 세계화의 거센 물결을 어쩌지 못해 유권자로부터 이 문제에 관한한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 하물며 세계화를 향한 전면적 개방과 변화를 내세우는 보수적인 정책으로 어떻게 ‘양극화’와 ‘실업’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지는 전적으로 새 정부의 몫이다.    

둘째, 지역주의 정치지형의 구도변화다. 개표방송 때 전국의 지도위에 표시된 득표율 그래프가 명료하게 보여주듯 호남은 10여 년 전 DJ정권 등장 이전과 같은 상황으로 역 포위됐다. 그 때처럼 완벽하게 고립된 형국이다. 이런 정치지형은 1980년 5.18을 지나면서 고착화돼 1997년 DJ정부가 집권할 때까지 17년간 지속됐었다. 그 후 상황이 반전돼 지난 10여 년 간은 보수진영의 아성으로 남아있던 영남이 고립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5.18직후의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지역주의가 여전히 한국정치의 중요한 화두이며, 새 정권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중의 하나임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셋째, 호남 내부 지역정치의 지각변동이다. 지역정치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DJ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훨씬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보다 더 큰 변화는 DJ와 민주당의 결별이다. 민주당의 존립자체가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대통합신당 역시 지도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지역정치에서 리더십의 공백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은 30여년에 걸친 DJ의 막강한 영향력이 퇴조하면서 호남을 이끌 새로운 리더십의 출현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넷째, 진보와 보수간 평화로운 세력교체가 제도화돼 민주적 기틀이 확고해졌다. 1997년 군사정부에서 민간정부로 정권이 이양됐던 경험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 보수정권으로 평화롭게 정권이 교체됐다. 이런 현상은 정권의 호불호를 떠나 우리사회의 민주적 성숙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제 군사쿠데타 등 폭력적인 방법에 의존한 정치세력 교체는 우려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민주화가 진전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섯째, 성과제일주의에 함몰된 우리사회의 후진성과 병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이 드러났다. BBK사건 등 최고지도자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관련된 예민한 문제가 크게 쟁점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결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향후 경쟁을 위한 공정한 룰과 사회질서를 세워나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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