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농생명산업의 경쟁력
유럽 농생명산업의 경쟁력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2.0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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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이재의(나노생물방제실용화센터 소장)

우기를 맞은 북유럽 초겨울의 우중충한 바깥 날씨는 바람 때문인지 유난히 춥고 을씨년스럽다. 인천공항을 출발 12시간 만에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11월19일이다. 곡성군 입면의 섬진강변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부근에다 친환경 농생명산업 기반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생물방제실용화센터와 곡성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이 함께 동행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천적 등 생물학적방제와 첨단기술을 접목한 효율적인 유통구조 확립, 그리고 생산자 이력추적시스템 등을 통해 위기에 처한 농업을 성공적으로 되살려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농업은 여러 산업분야 가운데 자연환경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농업 역시 제조업이나 서비스산업과 다를 바 없다. 일년중 200일 가량 비가 내리는 곳이다. 농업을 위한 자연환경으로는 매우 열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세계 최고의 농업국가로 성공을 거둬 부러움을 사고 있다.

꽃에 관한한 세계 최대 규모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꽃 경매장 ‘플로라 홀랜드(Flora Holland)’, 유럽 최대 규모 채소경매장인 벨기에의 ‘메켈스 베일링겐(Mechelse Veilingen)’ 이 두 곳 대단히 상징적인 장소다. 유럽 전체 꽃과 채소 소비량의 절반이상이 이곳을 통해 퍼져나간다. 특히 꽃은 네덜란드 뿐 아니라 이스라엑, 아프리카 케냐, 중남미 에콰도르 등 각 대륙에서 재배된 것들도 이곳을 통해 경매된다. 꽃과 채소는 경매장 창고에 들어올 때 철저한 품질검사를 받을 뿐 아니라 누가 언제 어디서 키웠는지 낱낱이 기록된 전산서류가 함께 따라다니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신뢰가 높다. 등록된 300여명의 고정 바이어들은 경매장에 직접 나오기도 하지만 자기 집에 앉아 인터넷으로도 경매에 참여한다. 유럽 및 미주지역은 당일에, 일본 한국 등 아시아는 하루나 이틀이면 도착하여 판매되는 최첨단 물류시스템이 작동된다. 한마디로 전 세계 꽃 농가와 소비자를 가장 빠른 시간에 연결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이들 첨단장비와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갖춰진 경매장이 모든 경쟁력의 핵심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벨기에 안트워프시 근교에 위치한 ‘과채류연구소’와 네덜란드 ‘Improvement 센터’ 등 농작물 연구개발 기관, 그리고 대규모 유리온실에서 채소와 화훼를 재배하는 경매장 부근의 농가를 방문하면서 그런 생각은 곧 바뀌었다. 과채류연구소는 채소경매장인 메켈스 베일링겐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연구소의 운영주체는 야채생산 농가들과 은행, 천적회사, 경매회사, 각종 농자재 회사들이다. 경매회사는 바이어들을 통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종, 품질, 가격, 물량 등 살아있는 정보를 수집하여 이 연구소에 제공한다. 연구소는 경매장이 추천한 품종을 더욱 고품질화 시키기 위해 생물학적방제 등 각종 실험을 통해 최선의 재배방법을 개발한다. 은행은 이들 농가에게 충분한 자금을 공급한다. 특이한 것은 경매장 주변으로 수백여 생산농가가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종자회사, 연구소, 농자재 회사들도 농가와 함께 자리 잡고 있어서 이상적인 ‘농생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농가들은 연구소와 동일한 자동화시설을 갖춘 대규모 ‘유리온실’에서 천적을 활용해 친환경적인 채소를 재배하고 경매장에 공급한다. 그냥 ‘온실’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채소공장’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적절한 인공조명과 보온설비는 열악한 자연환경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다. 자동차 제조공장에서 불량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기록을 통해 품질관리를 하는 것처럼 이곳에서의 생산되는 채소는 상자마다 이력추적이 가능할 정도로 철저한 생산 관리가 이뤄진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유럽 농업의 뛰어난 경쟁력은 철저한 시장분석, 연구, 품질관리, 그리고 연관산업의 조화로운 사슬체계(Supply Chain), 즉 클러스터의 시너지효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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