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욕심이 아이들 죽인다
어른들 욕심이 아이들 죽인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1.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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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장휘국(광주광역시 교육위원)

김포외국어고 입시 부정을 바라보며..

 김포외국어고등학교 입학시험 문제가 유출되어 온통 나라가 소란했다. 대선 정국에서 모 후보의 주가 조작 사건 연루나 삼성 비자금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희석되는 바람에 관심과 분노가 적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쏟는 정성이나 관심, 온 국민이 목을 매다시피 하는 대학 입시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계에 주는 충격은 3년 전 광주에서 불거진 대입 수능 부정 파문에 못지않다.

성공주의가 낳은 불행한 일

 그런데 처벌에 해당하는 불합격 조치를 당한 것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범죄 행위 때문에 이득을 얻었다고 지목된 학생들이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사전에 문제와 정답을 보고 시험을 쳐서 합격한 아이들을 그냥 두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합격 처리된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짠한 마음을 넘어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치민다.

 이번 김포외고 입시 문제 유출은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어른들이 벌인 범죄이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나눠 주는 문제와 정답을 살펴본 것뿐이다. 마지막으로 족집게 학원장이 찍어주는 예상 문제를 보았다는 사실 때문에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난파선에 탔기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는 승객처럼 그날 그 버스에 탔기 때문에, 그 학원에 다녔기 때문에 천하에 죽일 죄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얼마나 어이없고 얼마나 억울한가? 그 아이들이 받을 상처, 평생 안고 갈 부담을 누가 치유해 줄 것인가? 

 왜 이렇게 황당하고 억울한 일이 생겼는가? 어른들의 욕심 때문이다.

 자식 교육, 아니 자식의 대학 입시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거나 어떤 희생이라도 할 각오와 준비가 되어있는 극성 학부모와 이를 이용해 이득을 얻으려는 얄팍한 상혼, 교육이라는 허울을 쓰고 돈만을 쫓는 무조건적 물신숭배, 무슨 짓을 해서라도 목적만 달성하면 성공이라고 믿는 성공신화와 성공주의 세태가 낳은 불행한 일이다.

 도둑질의 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그저 돈만 벌면 성공한 것이니 국민 모두가 성공하는 성공시대를 열겠다고 하는 후보가 가장 인기 있고 지지받는 세상이 되었으니, 불행한 것도 아니고 재수 없이 걸린 것이라고 치부하고 금방 잊어버리고 또 반복될 것 같아 가슴 아프다. 그리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난다.

정직하게, 여유롭게 함께

 명문 대학에 보내기 위해 외국어고를 무조건 숭배하는 학부모, 그 학부모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특목고 대비 족집게 학원, 그 족집게 학원과 공생하는 외국어고 등 사립 특목고, 그 특목고 학생들을 싹쓸이 선발하려는 일부 유명 사립대학, 명문대학 선?후배라는 학연으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학벌주의, 그 학벌주의에 편승해 적당히 쉽게 살아가려는 우리가 사슬고리로 이어져 있다.

 우리들의 금전만능 물신주의, 적당주의, 기회주의, 출세주의, 성공주의가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우리도 이제 철들 때가 되지 않았나? 서구 사회가 300년간에 이룬 사회를 50년에 이루다 보니 생겨난 여러 가지 부작용과 부조리, 상처를 정리하고 치료해야 한다. 정리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없다.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정직하게, 조금 늦더라도 질서를 지키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여유롭게, 나 혼자 성공해서 뻐기고 의시대기보다 손잡고 함께 가고, 내 것이라고 싹싹 쓸어서 다 챙기기보다 가난한 사람이 주워 가도록 이삭을 남기는 너그러움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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