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과 대선의 혼돈비용, 어쩌란 말인가
대입과 대선의 혼돈비용, 어쩌란 말인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1.26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칼럼]형광석(목포과학대학 케어복지학과 교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어느 시인의 외침이다.

수능시험은 끝났다.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의 갈팡질팡은 시작됐다. 고3 교실은 썰렁하다는데, 대학입시 전문학원에서 개설한 논술 반은 입시생의 쇄도로 자리가 부족할 지경이다. 이는 대학입시 게임에 개정된 규칙인 수능등급제가 적용되는 데에 따른 혼란으로 이해된다.

보통 사람은 대학입시제도에 대해서 잘 모른다. 대학에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필자 역시 잘 알지 못한다. 대개 자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후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때에야 비로소 피 튀기는 대학입시의 경쟁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입시제도에 대해 조금이나마 눈을 뜬다. 대학에서 나오는 각종 입학설명 자료는 읽어서 이해하기에 버겁다. 대학별로, 학과별로 모집요강이 달라서, 수많은 경우 수에 직면한다 하여, 로또 입시라는 평을 듣는다. 입시전문기관이라 하는 유수의 학원이 여는 입시설명회에 가서 듣거나, 과외 수업하듯이 입시 상담전문가에게 상담해야 수험생의 진로가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규칙이 하도 많이 변해서 더욱 그렇다.

요즘 많은 국민의 심정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이다. 선택의 날은 바짝 다가왔는데, 수많은 유권자는 여전히 혼돈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선거과정에서 일부러 만든 혼돈이라는 함정에 유권자를 빠뜨려놓고, 이를 즐기는 집단이 있는지도 모른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를 시도하는 과정은 식상한 모습으로 읽힌다. 실망스럽다. 거대 야당의 대선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공방만 치열하다. 서로 상대방의 공작이라고 우긴다. 공격하는 쪽은 떳떳해 보이지 않고, 방어하는 쪽은 당당한 자세를 취하지 못한다. 양쪽 모두에게 정책대결은 안중에도 없다.

누가 정직한지 얼른 구별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정직함이 최선의 지침이라는 말은 치기(稚氣)어린 소리가 돼버렸다.

2007년 11월 26일은 열일곱 번째 대통령 선거 D-23일이다. 상대적으로 민주화가 이뤄진 1987년 이후로만 치더라도 벌써 다섯 번째 맞이하는 대통령 선거이다.

최근 20년간에 각 대통령이 임기를 개시하면서 정권의 정체성으로 앞에 내세웠던 비전은 그럴듯했다.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당대의 역사적 과제를 잘 보여주는 자리매김주제였다. 역대 대통령 선거 과정이 민주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우리는  시대적 합리성을 갖춘 중대한 선택을 해왔다.

지난 10년을, 한쪽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 깎아내리고, 다른 쪽에서는 ‘되찾은 10년’이라 맞받아친다. 어느 시대든, 서민들에게 힘들지 않은 시절은 없었다. 뭣인가를 계속 잃어왔다고 서민들은 느낀다. 하루하루 벌어 사는 사람들은 많이 가진 자를 편한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가진 자 중에서 일부가 보여주는 정직하지 못한 행태를 보면서 분노를 터뜨리기도 한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 작용한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선전 문구에 혹한다. 그래도 열여섯 번이나 대통령을 선출했다. 체험이 많은 사람은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표현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말을 더 좋아한다.  

게임의 새로운 규칙인 수능 등급제 때문에 고3 수험생과 학부모와 고등학교가 갈지자로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 정면계약서이니 이면계약서이니 하면서 벌이는 대선 후보 간의 공방, 미래를 담보할 비전과 정책에 대한 아무런 검증도 이뤄지지 않아서 누가 적임자인지 도대체 분별이 안 되는 오리무중. 이러한 혼돈의 사회적 비용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종국적으로 국민이 부담한다.

크게 외쳐보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빈 마음으로 바라보자. 냉정한 자세로 각자 비전을 세우고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자. 싫든 좋든, 대선 후보를 탓하지 말자. 잘못하면 탓을 많이 받는 사람이 유리해진다. 탓 받는 사람에게 기운이 모아지기 때문이다. 비전과 정책의 대결에 관심을 집중하고 정직함을 추구하는 후보를 골라보자. 그래야 지금 우리가 지불하는 혼돈의 비용이 장래에 조금이라도 회수된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