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신발을 정면에서 보라
양쪽 신발을 정면에서 보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1.1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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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장헌권(서정교회목사, 광주노회 인권위원장. NCC총무)

풍류시인 임제라는 사람이 있다. 하루는 술에 취한 임제가 한쪽 발에 나무 신을,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가죽신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 말에 올라탔다. 신발이 짝짝인 것을 본 하인이  물었다. ‘신발이 짝짝인 것을 압니까?’. 그때 임제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길 오른쪽에서 보는 사람은 내가 나무 신을 신었다 할 것이요. 길 왼쪽에서 보는 사람은 내가 가죽신을 신었다 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상관할게 무어냐?’

그러나 신이 문제가 될 때는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세상에는 술 취한 채 양쪽에 다른 신을 신고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한쪽 신발만 보고 판단하는 어리석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성빈여사, 광주의 자존심

6.25 피난 민중에 YWCA라는 간판을 보고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있었다. 전쟁고아들이었다. 전쟁의 상처는 그대로였다. 부서진 회관도, 총무 생계조차도 막연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YWCA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그들을 가슴에 품었다. 불우아동 복지시설 성빈여사의 시작이다. 이처럼 성빈여사는 광주의 자존심이다.

지금 광주의 자존심이 추락하고 있다. 한마디로 부당해고인가? 아니면 아동 학대인가? 어느 쪽이 진실이고 사실인가를 정확하게 가려야 한다. 양쪽 신발 모두 보면서 억울한 일은 없어야한다. 필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성빈여사에 있는 맑은 눈동자를 보았다. 영화를 보여주면서 그들의 깨끗한 영혼을 확인했다. 그 어린 생명을 담보로 더 이상 진실을 왜곡 시켜서는 안 된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1942년 나치의 유대인 학살 때 바르샤바 게토에서 생활하고 있던 200명의 아이들과 함께 가스실에서 죽은 유대계 폴란드인 야누쉬 코르챡이라는 사람이 있다. ‘어른을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그를 의지해야 하는 아이의 마음을 아느냐? 아이가 어른과 다른 점은 단 하나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뿐이다.’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복직을 원하는가? 어린이에게 물어보라 그들에게 정답이 있다. 어린이의 눈은 정직하다. 본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기득권자들, 힘 있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이의 인권이 짓밟혀서는 안 된다. 부당해고 아니면 아동학대, 한쪽 신발만 보지 말고 양쪽신발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진실을 보려면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정면에서보라. 그 정면이 바로 어린이다.     

고 조아라 선생 어떻게 생각할까

광주의 어머니라고 했던 고 조아라 설립자가 하늘에서 이 사실을 보면 가슴을 찢는 듯 한 아픔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배고픈 그들을 맞았지만 설립 당시엔 그야말로 하루하루 끼니 때우기도 불안한 가운데 있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마음이었다. 섬기는 교회로서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응하려는 복음의 정신뿐이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의 뜻을 새겨서 가난해도 참 되게 살자고 성빈(聖貧)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수고 없는 대가는 받지 말라’, ‘배움으로 닦으며 부지런히 일하라’, ‘사랑으로 도우며 감사로 보답하라’는 성빈의 사훈(社訓)을 실천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한 선배들의 가슴을 더 이상 아프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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