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색깔을 컬러로 바꿔 봐?
전봇대 색깔을 컬러로 바꿔 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1.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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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발전소 책임연구원 권은경

지역의 흉물을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탈바꿈시킨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많다. 영국의 코인 스트리트 사례도 그렇고, 유럽의 루르 탄광지역 재개발 사례도 그렇다. 또한, 호주의 시드니 공원(Sydney Park)에 위치한 옛 벽돌 공장의 굴뚝 또한 비슷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드니 공원의 옛 벽돌 공장 굴뚝의 경우, 시드니 시청의 아이디어 사업의 일환으로 평상시에는 별 특징이나 감흥이 없는 이 구조물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면서 깜짝 변신을 하게 된다. 즉, 평범하고 밋밋한 굴뚝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호주 고유의 크리스마스 디자인으로 단장되는데 한 굴뚝에는 큼지막한 고무나무 잎을 주제로 한 도안이 칠해지고, 나머지 굴뚝은 크리스마스색인 붉은색, 황금색, 초록색으로 꽃이 피지 않은 고무나무를 테마로 한 화려한 옷을 갈아입는다. 특히, 밤에는 조명이 밝게 비춰져서 축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고 하니 가히 직접 눈으로 감상하지 않아도 그 장관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듯하다.

얼마 전 우리 행복발전소와 협약을 맺은 희망제작소의 홈페이지에 위의 사례와 일맥상통하는 아이디어 하나가 반짝 떠올랐다. ‘거름더미’라는 닉네임을 사용하시는 한 국민이 지난 10월 3일자로 작성하여 등록하신 글로 핵심은 전국 방방곡곡의 회색 전봇대를 칼라 전봇대로 바꾸어 전봇대의 예술적인 격을 높여보면 어떨까하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보통 전봇대하면 고정관념의 하나로 너무도 당연하게 회색의 칙칙하고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떠올린다. 전봇대는 그 자체로도 차갑고 어딘지 모르게 음습한 느낌이지만, 그 개수도 어마어마해서 부지불식간에 전봇대들이 해치는 도시의 미관을 우리는 너무나도 무심하게 간과하며 지내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전봇대 예술의 방법론적인 문제는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느 분이 제안해주신 것처럼 문화 예술 경연대회 형식도 좋고 그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형식도 근사할 것 같다. 그 지역의 특색을 스틸사진처럼 한눈에 보여주는 방식은 또 어떨까? 초등학교 학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직접 이것저것 꾸며보게끔 하는 것도 굳이 작품성이나 예술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아름다운 사회를 함께 고민하고 디자인한다는 의미에서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일반 시민들과의 접근성이 좋다는 큰 이점을 활용하여 공적인 전시장으로 활용해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전봇대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전봇대를 관리하는 분들의 불편함이나 전봇대를 디자인하시는 예술가분들의 작업 위험성 같은 부분은 좀 더 세심한 연구와 더불어 정책적인 문제까지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미 우리나라에도 미약하지만 산발적으로 전봇대 예술이 행해지고 있으며 외국의 경우에도 전봇대예술의 사례가 있다고 하니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전국에는 약 687만 여개의 전봇대가 있다.(2002년 기준) 그중에서도, 광주에는 11만 2천여 개의 전봇대가 있으니 일단 전국적인 시행이 어렵다면 우선 광주부터라도 도시의 컨셉과 딱 맞아 떨어지는 독특한 광주만의 색깔을 가지는 예술 전봇대로 꾸며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단순히 전깃줄을 지탱해 주는 칙칙하고 차가운 콘크리트 구조물 느낌의 전봇대는 이제 그만,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 광주답게 문화 스토리가 있는 화사한 디자인 전봇대로 거듭날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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