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날의 단상
어느 가을 날의 단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0.22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GO칼럼]임수정(광주여성의전화 사무국장)

바람결이 칼칼해졌다. 산색이 화사해졌다. 볕이 따사롭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빠르고 스산하다. 새인봉으로 향했다. 작살나무 열매가 등불을 켠 듯 붉다. 등산로가 다 환하다. 청미래 덩굴 열매는 붉다 못해 검게 익었다. 능선에 오르니 먼발치 마을 입구도 환하다. 가을볕에 빛나는 감나무 탓이다. 새인봉 수직의 절벽에 구절초가 한창이다. 바위에 붙어 붉게 물든 담쟁이는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발아래 펼쳐진 풍경에 가슴 저린다. 저녁 안개가 낀 산색은 오색이다. 안개의 흐름에 따라 마리아 칼라스의 아리아가 흐르는 것 같다. 아! 아름다운 가을이다.

가을은 어둠이 빨리 온다. 어둠은 짙고 조용하다. 깊은 가을 밤. 에코페미니즘을 펼쳐든다. “정치가와 과학자에 대한 신뢰가 위험한 것은 그들에게 윤리의식이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상상력과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원이 가장 필요한 사람(여성, 아동 등 약자)으로부터 자원을 빼앗아가는 새로운 식민주의를 경제성장이라며 부추길 수 있단 말인가.

“여성들이 이용하고 있는 재생 가능한 자연자원을 시장경제로 전용할 경우 생태적 안정에 악조건이 생기고 모든 사람들, 특히 여성과 어린이에게 새로운 형태의 빈곤을 야기 시킨다”고 반다나 시바는 말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공약은 그래서 위험천만하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손바닥만 한 땅덩어리를 이리저리 헤집어 놓더니 이제 강까지 뒤집겠다니.

반다나 시바는 또 이렇게 썼다. “UN이 정한 여성을 위한 10년의 연구가 끝날 무렵 여성운동가, 조직가,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집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10년 동안의 연구의 결론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경제적 자원, 소득, 고용에 대한 여성의 상대적 접근기회는 줄어든 반면, 노동의 부담은 늘어났고 교육수준은 낮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잡기 식 개발 논리에 착취당하는 것은 여성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공병호의 10년 후의 세계, 너와 나를 위한 아름다운 약속, 나눔…내게 이 가을은 아름답지만은 않을 모양이다. NGO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NGO의 시대, NGO가이드, 비폭력 대화, 지역운동, 다문화 패밀리센터, 조직가로서의 비전….

가을밤에는 푸르트벵글러의 베토벤을 들으면서 소설을 읽어야 제격이다. <고양이요람>, <미국의 송어낚시>, <넥스트>, <가아프가 본 세상>. 거기다 <황금노트북>과 <다섯째아이>까지 쌓아두고 읽는 가을밤을 상상한다. 그런 밤은 꼭 가을이 아니어도 행복할 것이다.

*반다나 시바는 1952년 인도 출생. 성장과 개발 논리에 착취당하는 제3세계 민중의 삶, 특히 인도 주민들을 지켜보며 환경과 민중운동을 펼치고 있다.

*푸르트 벵클러는 1886년 독일 출생. 독자적인 지휘법으로 20세기 전반 최고의 지휘자로 추앙받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