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와 체불임금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와 체불임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9.2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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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보라미(민주노동당. 영암군의회 의원)

▲ 이보라미(민주노동당 의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시대로 진입했다는 정부의 요란한 선전을 서민들이 피부로 못 느끼는 것은 그것이 환율 하락에 따른 계산상의 상승이지 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2만 달러 시대가 속빈 강정이라는 증거는 대불 산단 노동자들이 체불임금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전남 영암에 위치한 대불 산단에서는 체불임금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최근 9월초에는 (주)동방의 하청업체인 ‘천관 ENG’ 소속의 노동자 139명이 3달 동안 임금을 못 받아 투쟁에 나섰다.

천관 ENG의 사업자는 그동안 상습적인 임금체불로 악명 높은 윤모씨의 형으로 실질적인 경영은 윤씨가 담당해왔다고 노동자들은 말하고 있다.

윤씨는 이전에도 자신의 이름이 아닌 친인척의 이름을 도용하여 덕산ENG, 청송ENG, 백운기업, 천관ENG 등 계속적으로 사업자 명의를 변경해가며 휴폐업과 고의부도를 반복하면서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천관ENG 임금체불’ 사례는 대불산단 조선업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임금체불 유형 중에서도 그 수법이 대단히 철면피한 것으로써, 이전에도 있어왔고 이후에도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형태인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밀린 임금 지급보다 먼저 구속 수사를 요구하였고 지난 9월 10일에는  천관 ENG의 사장 윤모씨가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사장이 구속되었다하나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며칠 앞둔 지금도 체불된 임금의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으니 고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야 할 이 노동자들의 마음은 누가 달래줄 것인가.

그동안 대불산단에서는 체불임금이 빈번히 발생해 왔다. 사업자는 고의부도를 내고 도망가고 노동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쳐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면 원청에서 전액 지급할 수 없으니 70%선에서 마무리 짓자고 타협안을 낸다.

그러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들은 생계의 어려움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이런 사례들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70%, 80%가 관행처럼 되어 왔다. 심지어 천관 ENG 노동자들 중에는 35%만을 받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난 사람들도 있다.

이런 악질적인 수법들이 허용될 수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임금 체불업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노동부로부터 임금체불 확인을 받은 후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여야 하나 하청업자들이 자신명의로 재산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 또한 노동부, 검찰 등에 근로기준법위반(임금체불)으로 고소를 하더라도 약식기소 또는 불구속기소 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대부분이어서 악덕 체불업자들이 목돈(?)을 노리는 경우가 다반사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천관 ENG의 사태가 발생하자 악덕 사업자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고자 구속 수사를 요구하게 된 것이고, 실질적인 경영자인 윤씨의 처벌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시민단체들은 현재 관련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고의적인 체불임금을 발생케 해 나중에는 이중 70~80%만을 지급하는 관행은 이 뿐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대한중공업의 하청업체인 ‘이노코리아’에서도 체불임금이 발생했다. 이 회사는 대한중공업으로부터 도크게이트 제작을 하청 받아 일하던 중이었다.

2개월에서 3개월까지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만들던 도크게이트 블록위로 올라가 한 달 넘게 점거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이노코리아 사장은 어디론가 도망가 연락두절이고 원청인 대한중공업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나섰다. 오히려 노동자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며 이 핑계 저 핑계로 노동자들이 지치기만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영락없이 70%선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절대 합의할 수 없다며 단결하였고 결국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지역 시민단체들의 연대투쟁으로 뒤늦게나마 100%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아직도 임금 체불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정부는 선진국, 세계화의 노래만을 부를 것이 아니라 이처럼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아픔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들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단계 하청 금지, 원청과 하청의 임금 지불 연대 책임, 임금 체불 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마련 등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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