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매족(賣國賣族)의 추억
매국매족(賣國賣族)의 추억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9.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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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임동규(민족무예 경당 대표)

요즈음의 새로운 소식들의 화두는 단연 신정아와 변양균, 그리고 그 뒤 배경에 대해서이다. 젊고 미모이기까지 하고 부적절한 관계 등의 증거물들이 드러나면서 언론은 선정적으로 흐르면서 나체사진까지 모 일간지에 개재되기에 이르고 있다. 사실 대통령 자신까지도 ‘할 말이 없다’할 정도로 충격적인 이 사건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근대화의 의제적(擬制的)주체는 매판적 상공업 자본과 그를 밑받침한 식민지 관료군(官僚群)이다. 우리는 자생적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그 연유는 원초적으로 왕조말기의 세도(勢道)정치 때문이라고 생각 된다. 특정가문이나 특정인이 국가권력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절대권력 자에게 모든 관료지망생들이 줄을 잇고 노골적으로 매관매직(賣官賣職)이 광범하게 일상화 되었다. 관직을 돈을 주고 산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은 염치불구하고 민중들로부터 가렴주구(苛斂誅求)를 하게 마련이고 이에 소생산자들에 의한 직접적 생산기술의 개량과 생산 방법의 개선으로 민부(民富)의 축적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자생적 근대화가 불가능 하게 된 것이다.

<<식민지 관료주의의 뿌리>>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가렴주구 하에서도 각지의 지방 장시(場市)가 발달하고 괄목 할 만큼 고을마다 경영형 부농의 형성과 각 지역의 상단의 형성으로 상업자본의 축적 등 자생적 근대화의 싹, 이른바 자본주의의 맹아 가 자라나고 있었다.

그런데 식민지 근대화는 바로 이와 같은 자생적 근대화의 싹이 새로운 문물이란 이름의 식민지독점자본과 매판자본에 의해서 짓밟혀버리고 주체적 전통과는 단절시켰다. 근대적 관료제도?교육제도 등은 식민지통치를 목적으로 하급 관리를 배양 할뿐이었다. 식민지 지배체제가 남긴 것 중에서도 가장 고약스러운 것은 봉건 권위주의와 결착된 관료주의인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세계사에 유례가 없이 고약스러운 식민지 관료주의는 민족 해방 62년이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청산되지 않고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사실이다.

금번의 신 정아와 변 양균 사건에서 우리는 아직도 정치권력이라는 배경을 가져야만 출세도 하고 명예로운 자리에 오르게도 된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리고 출세를 하여야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게 된다는 사실도 확인 한 것이다.

무엇보다 직업관료군의 의식 구조가 식민지 체제하에서와 본질적으로 다름없는 출세 제일주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동년배들이 군사독재에 목숨을 걸고 저항하고 민주화를 위하여 청춘을 불사르고 있을 때 직업 관료로서 고속 출세가도를 달리다가 운 좋게도 전문성을 인정받고 직업 관료로는 더 바랄 것이 없는 실권적 기획예산처의 장관이 되고 이어 최고 권력자의 최측근 두뇌 역 활을 맡은 처지에서 기껏 한다는 일이 젊은 여인의 뒷바라지 따위로 엄중 막강한 권력을 남용한 것이다.

<<왕조시대였다면 능지처참 >>

이거야 말로  현대적 기군망상(欺君罔上)이 아닐 수 없다. 왕조 시대 같으면 기군망상임이 확인 되면 능지처참을 면 할 길이 없었다. 오늘날 이를 사회적 매장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자신들만의 사회적 매장에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도 민주개혁 세력임을 자임하는 정권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어이없는 일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사실상 지난날 군사 독재 하에서부터 길러진 그러한 직업 관료에 의해서 말이다. 

이는 유명해져서 훼절하는 유의  개인적 타락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민족 민주개혁 진영 전반, 아니 더 나아가서  민족의 운명을 망가트려 버릴 수도 있는 어이없는 일이다. 즉 “출세해서 나라 망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매국매족하고서도 당당했던 식민지 관료군의  의식과 궤를 같이한, 어쩌면 그것에 대한 추억이 작용했을는지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다행한 일은 신정아가 가짜였으니 망정이지 가짜가 아니었더라면 국가권력까지 송두리째 말아먹더라도 그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거나 일부 드러나더라도 당연시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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