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깎을 민원 만들지 마라
표 깎을 민원 만들지 마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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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한 기초단체에서 노상 적치물 등의 단속업무를 맡고 있는 A씨(40)는 요즘 '단속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는 희한한(?)고민을 하고 있다.

매일같이 민원인들의 신고 전화는 쏟아지지만 선뜻 단속에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가게 앞 노점상이나 주택가 포장마차를 치워달라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통씩 접수되고 있지만 막상 단속에 나서려면 윗분들이 별로 내키지않는 눈치를 보이기 때문이다.

선거만 있고 행정은 없다

A씨는 "당장 단속에 들어갔다가 이들이 구청으로 몰려와 항의라도 하면 윗분들께 우리들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진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같은 일은 광주 5개구청 담당자들의 공통된 고민"이라며 "웬만하면 문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베어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1년 앞두고 단체장들의 '얼굴알리기'와 함께 지역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위한 '환심사기 행태'가 극심해지고 있다.
단체장들의 이같은 환심사기식 행정행위는 곧바로 일상적인 불법 행위에 대한 묵인과 함께 선심성 사전선거행위로 이어지면서 행정의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단체장들 벌써부터 선거준비로 행정은 뒷전

전남도내 시군 가운데 9개 시군은 올들어 불법 어업에 대한 단속실적이 전혀 없다.

또 전체 단속실적 1백91건중 시군이 자체 적발한 건은 61건으로 전체 3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남도의 합동단속에서 적발됐다.

이같은 저조한 단속실적은 선거를 눈앞에 두고 '표를 깍아먹을 일'은 굳이 나서서 하지 않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불법 묵인 '유권자 환심사기'

사전선거행위도 기승을 부려 올들어 전남도와 도 선관위에 적발된 도내기초자치단체장들의 사전 선거행위는 무려 13건으로 최근 3년치 적발 건수(16건)에 근접하고 있다.

선거구민들의 장례식이나 결혼식에 출·조의금을 전달하거나 노인회 행사에서 음식을 접대한 것은 물론 자신의 치적은 담은 홍보물이나 인쇄물을 돌리다 적발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얼굴알리기'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언론매체를 통한 합법적인 '알리기'는 아예 일상업무가 됐다.

언론사 동정란에 매일같이 얼굴내기

광주지역 한 일간지에서 인물소식란(동정)을 맡고 있는 B기자(37)의 경우 거의 매일 자치단체의 공보실 관계자들의 전화공세에 시달린다.

하나같이 '우리 단체장 얼굴사진 좀 실어달라'는 부탁이다. 날마다 전화가 걸려온 시간도 비슷하고 '팩스는 받았느냐' '꼭 좀 부탁한다'는 등 레퍼토리도 똑같다.

이 기자는 "최근에는 단체장이 해외 출장을 갔다며 부단체장 얼굴을 내달라고 부탁해와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각종행사 개인 홍보장으로

지난 3일 목포시가 영암 대불부두에서 개최된 수출용 자동차선적 축하 기념식이후 해양수산부에 '행사를 주관한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이 의전관례를 무시했다' 항의서한을 보낸 사건을 놓고 지역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얼굴알리기'에 나선 입지자들의 갈등관계로 파악하는 시각도 있다.


이날 기념식에서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목포시장과 영암군수를 축하 인사말순서에서 제외시킨데다 시장 출마설이 나도는 지역 모 상공인 단체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게 하고 꽃다발 증정순서를 할애해줌으로써 개인홍보의 장으로 변질시켰다는 게 목포시측의 불만(?)이다.

'항의서한은 선거와 관련이 없다'는 목포시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역유권자들에게 한번이라도 더 얼굴을 알리고 싶어하는 단체장들의 고민이 담겨있는 사례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역민들은 이와관련, "출마도 좋고 얼굴알리기도 좋지만 선거를 준비하느라 정상적인 업무마저 소홀히해서는 안된다"면서"잘못된 행정은 바로 잡아야 할 것"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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