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산업’에 눈 돌려야 할 때
‘곤충산업’에 눈 돌려야 할 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9.0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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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이재의(나노생물방제실용화센터 소장)

어린시절 나는 누에와 같은 방에서 자랐다. 시골집 안방 윗목 절반은 누에를 위한 공간이었다. 대나무로 만든 채반 위에 하얗게 자란 몸통이 손가락만큼 굵기가 통통해질 때면 누에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입 맞추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 하얀 누에고치가 탱글탱글 여물 무렵 내 또래 동네 조무래기들은 물이 펄펄 끓는 가마솥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누에번데기의 고소한 맛은 지금도 내 혀끝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누에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실크보다 값싸고 질긴 화학섬유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함께 자취를 감춘 건 누에만이 아니다. 여치, 메뚜기, 반딧불이 따위도 화학농약에 밀려났다. 날쌘 동작으로 벼논의 벌레를 잡아와 짹짹거리는 새끼들의 입에 넣어주던 처마 밑 제비집도 그 무렵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 곤충을 둘러싼 생태계가 무너진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함평 나비축제, 무주 반딧불이 축제, 경북 예천의 곤충바이오 엑스포 등 곤충에 주목하고 있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곤충을 되살리려는 노력은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 산업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백화점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나비 등이 애완용 곤충으로 불티나듯 팔린다. 지난 8월 11일 열린 예천 곤충바이오엑스포에는 수만 명의 관람인파가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모기나 바퀴벌레 혹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벼멸구 등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해충(insect pests)’만이 곤충의 대부분인 것처럼 인식돼왔었다. 그러나 최근 환경농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천적, 화분매개, 환경정화 등 인간에게 이로운 ‘익충(beneficial insects)’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곤충의 산업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곤충은 대략 1천만여 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에게 밝혀진 종수는 약 130만 종인데 그 가운데 인간생활과 직간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약 1만5천 종에 이른다고 한다.

곤충은 그 자체가 친환경적인 자연의 산물이다. 때문에 곤충을 산업화하려는 노력은 크게 보면 친환경산업의 일환인 셈이다. 살충제 화학농약을 대신해서 천적을 투입하는 친환경농업은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서 꽃가루받이를 돕는 화분 매개 곤충인 수정벌 역시 농민들에게 큰 인기다. 최근에는 돼지, 닭, 소 등 축사에서 나오는 분뇨를 먹어치워 깨끗이 처리하는 굼벵이도 산업화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초파리에서 추출한 생리활성물질은 제약원료로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식용곤충도 확산되는 추세다. 또한 아이들에게 곤충은 자연과 환경을 이해하는 친환경 문화컨텐츠다. 이런 관점에서 애완곤충은 애완동물과 더불어 새로이 뜨는 문화산업의 범주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미FTA 이후 곤충산업을 농가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품목으로 개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곡물이나 육류 등 레드오션 시장도 중요하지만 곤충처럼 아직 때묻지 않은 블루오션 시장을 찾아내 키워나가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곤충을 산업적 관점에서 대량 재배하여 보급하기에는 제약요인이 너무 많다. 곤충자원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 장치가 거의 없다. 천적을 생산하기 위한 온실이 축산시설 범주에 분류되고 있으며, 재해보상 대상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곤충의 산업화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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