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높은 가을하늘에 민중의 함성이 ! ”
“ 저 높은 가을하늘에 민중의 함성이 ! ”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9.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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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명등룡(광주비정규직센터 소장)

끈질기게도 버티며 괴롭히던  늦더위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꼴이 오히려 안쓰럽다. 그렇게 도망치듯 사라지는 올여름 더위 속에는 무엇보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고통과 절망이 함께 녹아 있어서 가는 여름이 더 반갑다. 그러나 그 반가움의 한켠에는 가을날의 서늘함과 겨울날 겪어야할 그 모진 추위가 함께 또아리를 틀고 있어 그저 낭만으로만 느낄 수 없는 이른 가을을 맞는다.

가을이 반갑지 않은 이유들

며칠이 지나면 뿔뿔히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두 모여 조상들을 모시고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는 추석이다.  누군가에게는 1년의 30%의 매상을 올리는 최대의 대목이 될터이다. 그래서 수 천 건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없고,  감히 예수의 이름을 더럽혀 자신의 배를 채우는데 혈안이다. 이랜드와 광주시청을 비롯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피울음이 전국의 거리를 적시고 있다.  우리지역 대표적인 중소업체인 본촌공단 로켓트전기에서도  수십명이 해고의 칼바람에 쓰러지고 있다.  단지 민주노조를  꿈꾸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기술혁신과 노동자교육을 통한 생산성 향상보다는 오로지 저임금과 노동탄압에 의지하고, 국내투자보다는 중국과 동남아 투자에 열을 올리던 전근대적인 부실 경영의 모든 책임이 성실히 일해온 죄없는 노동자들에게 돌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쫒겨난 자리에 틀림없이 또 죄없는 비정규직들이 채워질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다가올 권력투쟁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중요한 길목도 될 것이다. 이명박, 손학규, 이해찬, 정동영, 천정배, 유시민, 한명숙 그리고 .......  그들은 경제를 살리고  선진국을 만든다고 눈만 뜨면 입술이 부르튼다. 그러나 그들이 내놓은 정책공약 수십페이지 그 어디를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정작 가난한 80%를 위한 경제, 80%를 위한 노동정책, 복지정책은 없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이 나라 졸부들과 위정자들의 한심한 추태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적어도 한 10년 전만 해도 열심히 일하면 쫒겨날 걱정은 안했고, 한푼 두푼 저축해서 늦게나마 작은 집 한 채라도 마련하고, 가난한 집 아들과 딸들도 의사 ,판검사, 사장이 될 기회가 그래도 가뭄에 콩나듯하였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런 세상은 없다.  “사는게 사는게 아니야!!” 라는 요즈음 젊은이들의 노래가 있다. 그들에게 희망이 있는가?
 
누군가 백성 즉 민중의 본성은 물과 같다고 했다. 모난 것 없이 어울리고 , 부족하면 메우고, 넘치면 흐르고 , 막히면 돌아가고.   한없이 나약하게만 보이는 그것이 모여 마침내 모든 생명의 근원인 바다를 이룬다고 하였다.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나면 가차 없이 뒤집기도 한다.  ‘민심은 천심’ 이라고 했다. 그래서 민중은 한없이 높은 하늘이기도 하고 한없이 낮은 바다이기도 하다.  그 바다가 신음하고 있다. 허나 명심할지어다. 바다가 스스로 신음을 함성으로 바꾸지 않는 한 고통은 고통일 뿐, 낡고 썩은 배를 스스로 뒤집지 않는 이상 바다는 그저 바다일 뿐 하늘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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