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영화예술대학'
'임권택 영화예술대학'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7.30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칼럼]이재의 (나노생물방제실용화센터 소장)

타이타닉,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미션임파서블, 인디펜던스데이, 드래곤하트, 트루라이즈, 아폴로13... 대박을 터뜨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다. 이들의 성공에는 디지털 특수효과가 한 몫 단단히 했다. ‘디지털 도메인’사의 ‘스코트 로스’ 사장은 헐리우드에서 특수효과 분야를 선도하면서 위 영화들의 성공을 이끈 거장이다. 스코트는 조지 루카스, 제임스 카메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등과 더불어 오늘날 헐리우드 영화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살아있는 신화다. 

필자는 4년 전 헐리우드를 방문했을 때 운 좋게도 스코트 로스가 사장으로 있는 ‘디지털 도메인’ 회사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막상 촬영 현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102층짜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불과 1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축소모형으로 복도에 진열돼 있었다. 영화 속에서 아폴로13호가 대기권을 벗어나며 연료통을 차례차례 분리하는 장면이나,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모습 등이 보여주는 극 사실감은 1백여 평 남짓한 어두컴컴한 창고 같은 공간에서 몇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상상력과 기술력이 빚어낸 컴퓨터의 산물이었다. 겨우 2백여 평 되어 보이는 작은 스튜디오였다. 이런 데서 전 세계를 상대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다는 걸 생각하니 기가 찼다.  

이 자리에서 스코트 사장과 가진 대화는 지금까지도 귓전을 맴돌고 있다. 그에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디자인도시를 추구하는 광주가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느냐며 조언을 구했다.

‘영화는 상상력의 산물’임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한 명의 감독이 성공의 알파이자 오메가’임을 거듭거듭 강조했다. 만약 탁월한 감독 한명이 자신의 고향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하면 수백 명의 배우와 스탭진들이 몇 개월이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그 지역에 머물게 되고, 영화가 히트하게 되면 관광지로서도 유명해진다는 이야기다.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면 ‘영화산업’의 기틀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최근 부산 동서대학교에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이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머리가 띵한 느낌을 받았다. ‘임권택’이라는 특정인의 이름을 과감하게 대학 명칭으로 사용한 발상이 신선하다는 생각에 앞서 왜 우리는 이런 생각을 진즉 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듯 임권택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대부이자 칸느 영화제 등을 통해 세계 영화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고향이 전남 장성이 아니던가. 더구나 서편제, 태백산맥, 춘향뎐 등 히트를 친 그의 영화 상당수가 이 지역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은 영화과 뮤지컬과 연기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되며, 기존 영화전공 및 공연예술학부 교수에다 ‘임권택 군단’이 합세해 막강 교수진으로 꾸려진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스코트가 말한 거장 감독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 지역을 배경으로 성공한 영화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이렇게 터덕이고 있을까? 문득 그간 우리의 생각이 너무 하드웨어에 치우쳐 있었던 데서 비롯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야흐로 지식기반사회다. 지식기반사회의 핵심은 ‘사람’이다. 능력 있는 사람을 모여들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역 경쟁력의 요체다. 멀리 갈 것 없이 가까이에 있는, 이 지역 출신의 성공한 인물들을 먼저 알아보고 챙기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