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철과 생활안전
피서 철과 생활안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7.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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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형광석(목포과학대학 케어복학과 교수)

장마가 한창이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해서 후덥지근하다. 매우 뜨거운 나날이 우리를 기다린다. 초·중·고등학교도 곧 방학에 들어간다. 온 가족이 더위를 피해 계곡으로, 강으로, 바다로 달려간다.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지만 다들 더위를 피해 단 하루라도 다녀오지 않으면 좀이 쑤실 지경이 되는 시절이다.

요 근래에 물놀이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에 대한 보도가 제법 눈에 띈다. 산업현장에서 산업안전이 강조되듯이, 일상생활에서는 생활안전이 필수적이다. 여름철 생활안전은 더욱 중요하다. 피서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피서지 현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 등은 생활 안전 수칙을 잘 지키지 않은데서 발생한다.

몇 해 전 보길도의 어느 해수욕장에서 본 일이다. 그동안 해수욕하는 사람 중에서 구명조끼(life jacket)를 준비해온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초등하교 4, 5학년 쯤 되는 아이 둘이 바다에서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니, 놀랍게도 그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평소에 보지 못한 광경이라 그들에게 눈길이 멈췄다.

애들 아빠와 엄마는 구명조끼도 안심이 안 되었던지 계속 아이들을 주시했다. 한 눈 팔지 않았다. 체육을 전공한 후배는, 함께 놀러 라도 가면, 동료의 자식들이 노는 곳을 항상 먼저 지킨다. 부상이 선수에게는 장래 발전의 큰 장애물로 작용함을 오랫동안 운동선수를 지도해오면서 경험했기 때문이란다. 모두 다 소중하지만, 요사이같은 초저출산·고령 사회에서는 아이 하나하나가 얼마나 크나큰 보배인가.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친구는 가장 먼저 구명조끼를 챙기고 반드시 착용한 후에야 물에 들어간다. 물속에서 하는 운동이 다른 어떤 운동보다도 신체적 부상의 위험이 적다고 하지만,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을 경우에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구명조끼의 부력에 사람이 상당한 시간 동안 뜨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치명적인 지경까지는 가지 않는다.

바다는 조심해야 한다. 썰물과 밀물의 흐름은 만만찮다. 밀물 때는 밀리더라도 육지 쪽으로 밀리기 때문에 다소 안전한 편이다. 그러나 썰물 때는 해변에서 먼 방향으로 사람이 떠내려가기 때문에 당황하기 십상이다. 운 나쁘면 먼 바다로까지 떠밀린다.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 크든 작든 파도가 치기 때문에 실내 수영장에서 헤엄치는 것과는 판이하다. 잘한다고 자신만만하여, 구명조끼를 내팽개친 채 바다에서 수영 솜씨를 뽐내다가는 큰 코 다친다.

모사재인(謀事在人)이요 성사재천(成事在天)이라. 일은 사람이 꾸미나 성사여부는 하늘이 결정한다. 조심하더라도 늘 사고는 발생한다. 어린 시절에, 접시 물에도 사람이 빠져 죽는다는 말을 들었다. 아주 어린 아이가 세숫대야 속에서 놀다가 하늘나라로 가버렸다는 소식도 어쩌다 한 번씩 듣는다. 서예로 일가를 이루신 영감님이 들려준 재담이 잊히지 않는다. 옛적에 어느 선비가 하루 운수를 짚어 보니 물에 빠져 죽게 됐었다. 그래서 그날은 밖에 일절 나가지 않고 오직 방안에서만 붓글씨 쓰기에 전념하였다. 아뿔싸, 그 선비는 그만 물 수(水)자에 머리를 쳐 박은 채 숨졌단다.  아무리 조심조심해도 운이 사나우면 사고는 나게 마련이라는 이야기이다. 

달포 전에 가까운 친구가 저세상으로 떠나 가버렸다. 죽음의 신이 항상 바로 우리들 곁에 있다고 생각해왔어도 큰 충격이었다. 허망했다.  욕심을 내자면,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산 날보다 더 많은데 말이다. 친구는 밤늦은 시각에 횡당보도를 건너다 그만 차에 치여 숨졌다. 안전을 중시하고 실천하던 친구였건만, 하늘이 시샘했던지 다른 세상으로 가버렸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무단횡단의 유혹을 뿌리치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좌우를 한 번 더 살핀다.

하루하루 삶에는 운이 많이 작용한다. 운명의 장난을 피하려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생활안전에 힘써서 우리들의 소중한 생명과 자산을 지켜서 건강한 노동력을 유지하고 재생산하자. 이도 지역사회의 경제활동에 대한 큰 기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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