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호구역에 음식쓰레기 불법 매립
문화재보호구역에 음식쓰레기 불법 매립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7.07.13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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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들회 운영 사랑의 식당, 노인 동원
김 목사 “모르는 일이지만 물의 죄송”

▲보물 109호인 서오층석탑 인근에 대량의 음식쓰레기가 매립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계기관이 사실확인에 나섰다. 사진은 서오층석탑 부근에 묻힌 음식쓰레기 중 일부.
고려시대 유물인 보물 제109호 광주 서오층석탑 인근에 대량의 음식쓰레기가 무단 매립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노인무료급식 시설인 사랑의 식당 운영주체 ‘빈들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경 빈들회가 수명의 노인들을 동원해 야간을 이용, 깊은 구덩이를 파고 음식쓰레기, 기타 폐기물 등 3톤 가량을 무단 매립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당시 이들과 함께 같이 작업에 나섰던 당사자로 매립행위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 본지에 제보를 해왔다.

본지 취재진이 직접 서오층 석탑에서 15m정도 떨어진 서쪽 잡목 숲 세 곳을 파헤친 결과 양파, 배추, 무우청 등 썩은 음식물 쓰레기와 시멘트 조각, 컴퓨터 부품 따위의 폐기물 쓰레기가 매립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표면을 삽으로 몇 번 파헤치자 이내 쓰레기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석탑·전탑 등은 지대석에서 10m~25m이내의 구역을 문화재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있으며 광주시 담당 부서는 서오층석탑의 경우 반경 529㎡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확인해줬다.

쓰레기매립이 보호구역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광주공원 시민회관과 실내체육관 사이 언덕에 위치한 서오층석탑은 지난 1963년 1월 보물로 지정됐으며 원래 성거산 또는 성구강이라고 불리던 곳에 거북이가 광주를 이롭게 하는 동물이라 생각해 광주를 떠나지 못하도록 등에 성거사를 세우고 목 부분에 오층석탑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특히 서오층석탑이 위치한 곳은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 구역 내여서 매립행위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대량매립이 사실로 드러나면 문화재보호법, 폐기물관리법, 공원관리법 등에 저촉되는 행위다. 

광주시 관계자는 “문화재 보호구역 안팎을 떠나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 구역 안에 쓰레기를 불법 매립하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일”이라며 사실 확인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 역시 “경미한 투기행위라면 모르되 대량의 쓰레기가 매립됐다면 관할 구청인 남구청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고 차후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빈들회 대표인 김 모 목사는 “본인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주방에서 일하는 분과 일부 자원봉사자가 소량의 음식물쓰레기를 파묻은 것 같다”며 “어찌됐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며 문제가 된다면 책임지겠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 서오층석탑(보물109호).

남구청 ‘나몰라라’ 떠넘기기 눈총

그러나 정작 관할구청인 남구청은 안일한 사태인식을 보였다.

취재진이 현장확인 전에 동행을 요구하자 문화체육과는 “석탑에 직접적인 훼손을 가하거나 현상변경이 아닌 이상 쓰레기 투기와 관련된 일은 환경청소과 소관”이라며 떠넘겼다.

환경청소과는 “광주공원 구역 내이니 공원관리사무소로 연락하라”고 발을 뺐고 공원관리사무소는 “구역으로 보면 공원지역이 맞지만 문화재와 관련된 일이니 문화체육과에 알아보라”며 손사래를 쳤다.

결국 남구청은 문화재보호구역 안에서 벌어진 쓰레기 불법매립이라는 어정쩡한 업무 앞에 부처 떠넘기기로 일관하다 “문화체육과와 환경청소과가 함께 논의해 사태파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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