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農心, 롯데마트에 소똥 세례
성난 農心, 롯데마트에 소똥 세례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7.07.13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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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상무점, “미국산 쇠고기 판매 중단”

▲ 성난 농민들이 롯데마트 상무점 매장 1층 정육코너에 들어가 쇠똥을 판매대 주변에 쏟아부었다. 롯데마트 측은 미리 '부득이한 사정'을 이유로 시판을 중지하는 안내문을 고지했다.
대형마트 최초로 13일부터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판매하려던 롯데마트가 성난 농민들로부터 쇠똥세례를 받고 말았다.

13일부터 서울, 광주 등 전국 53개 매장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려던 롯데마트는 농민과 한미FTA 반대 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부딪쳐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농민과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국민 감시단 소속 회원 50여명은 13일 오전 10시 광주시 서구 롯데마트 상무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 1년간 뼛조각 발견, 다이옥신 검출, 수입 금지된 통뼈 반입시도, 4~5차례의 검역증 위조 등 반복적으로 검역조건을 위반한 바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미국의 초국적 축산자본의 압력에 굴복해 위생 검역 조건의 대폭완화를 주장하며 9월중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격 재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며 노무현 정권을 규탄했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광우병 또한 잠복기가 20년 정도여서 지금 당장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20년 후에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게 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분개했다.

앞서 전농 광주전남연맹(의장 김덕종)도 12일 성명을 통해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국민의 생명을 가지고 농락하는 처사”라며 미국산 쇠고기 판매 중단을 촉구했다.

배삼태 한미FTA저지광주전남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분노에 앞서 참담한 심정이다”며 “광우병은 15년, 20년이 돼야 발견되는데, 그때는 미친 소를 수입했던 이 정권이나 행정관료들도 모두 없어지고 말 것인데, 소비자인 우리는 없어져도 된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 농민과 소비자들로 구성된 한미FTA저지 광주전남운동본부, 광우병 위험 미국산쇠고기 국민 감시단 회원 50여명이 13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들어간 롯데마트 광주상무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판매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남배 전남도한우협회장도 “미국산 쇠고기 중 단 0.1%만 검역조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실제 얼마나 광우병이 많이 걸려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이나 장관이 수입 쇠고기를 먹을 것 같으냐. 서민들 위해 수입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는 먼저 죽으라는 말 밖에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시민과 농민단체 회원들은 “미친 소를 수입하는 사람이나 미친 소를 팔겠다는 사람이나 모두 미친 사람들이다”며 한미FTA협정 폐기와 미국산 쇠고기 판매 중지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곧바로 상무점 1층 정육코너로 달려가 미리 준비해 온 쇠똥을 매장 진열대에 쏟아 붇고 이날부터 시판에 나선 롯데마트 측을 거칠게 성토했다. 한편 이날 농민들의 거친 반발에 부딪친 롯데마트 상무점은 농민들의 거듭된 요구를 받고 “롯데마트 상무점에서는 더 이상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않겠다”고 약속했다.

농민, 시민단체의 항의방문을 받은 고용석 롯데마트 상무점장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다는 것이 유통업체의 소견이다”며 “국가에서 안전한 제품이라고 해서 수입한 것 아니겠느냐. 이마트, 홈플러스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판매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농민들은 “지금 누구를 설득하려 하느냐”며 “광우병 의심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수입되고 있는지 알고서나 하는 소리냐”고 거칠게 항의했고, 롯데마트 측은 결국 1시간여 만에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본격화된 가운데 국내 시판을 둘러싼 농민, 시민단체들과의 마찰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롯데마트 상무점 측은 이날 농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미국산 쇠고기 판매 중단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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