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시와그림]임동확
객차와 객차 사이에
분명 길이 있다
하나로 묶여 달려가면서결국 하나가 아니다,
제각기 요동치는 틈 속에
하나의 변기,
하나의 수도꼭지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르고
또 같은 전체 속에
끊긴 희망의 기적이 울고 있다
그러니 살아 있는 그 나라로 가려면
저렇듯 격렬하게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며
제 목적지에 닿아야한다
비록 연착하더라도
누군가 원한다면
아무리 작은 역이라도
그냥 스쳐지나지 않으면서
혹은 단 한사람을 위해서라도
저 거대한 동체(胴體)를 멈추면서
남북통일을 위한 오랜 소망들이 점차 그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구에 다가올 통일은 무조건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명분이나 사회적 대의에 가려진 키 작은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통일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거대한 동체의 기차를 간이역에 멈출 줄 아는 배려와 섬김이 참된 통일의 조건이다. 지금은 사라진 통일호가 새삼 그리운 것은 이 때문이다. 목포역에서 신의주까지 그 완행열차를 타고 가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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