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이었나?
결국 돈이었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7.0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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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정용식 (중앙자동차 운전학원 원장)

평창이 소치에게 졌다. 3개국 정상들까지 총동원된 동계올림픽 유치경쟁에서 무엇이 패인인지 분석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발표 직후 아나운서 멘트는 러시아의 물량공세였다. 그래, 결국 돈이었을까? 나에겐 초등학교 6학년의 쓰라린 추억이 있다. 졸업식 날 떠나는 아쉬움이 아닌 서러움과 분노로 눈물을 쏟은 기억이다.

강압적인 힘에 - 그것이 돈이든, 무력이든, 지위를 이용한 권위든 -의해 무엇을 빼앗겨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그 아픔이 어떤 것인지를. 나는 성년이 된 한참까지도 배불뚝이 사람들에 대해 멸시적 감정(?)을 갖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직 6학년 담임선생이 배불뚝이란 이유하나 였다. 공짜돈을 많이 먹어 배가 나온줄 알 정도였으니 말이다. 돈이 될 만한 학부모 불러 공개적으로 봉투 받고, 접대 받고 그 댓가로 과외랍시고 저녁에 남아 시험문제 알려주고, 청소 면제해주고, 하였든 투입과 산출의 생산함수에 대해 장사꾼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으니 말이다.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살기 바빠 6년내 학교 한번 찾지 못하는 부모를 둔 학생이 태반이고  중학교 진학 못한 애들도 10%는 족히 되었던 그런시절, 그런 학교 였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마 담임선생은 그러한 우리들에게 돈 없는 아픔이 어떤 건지를, 자본주의사회에서 부모 잘못 둔 죄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자 했던 깊은 뜻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3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 은사님(?)의 아들인 듯한 선생의 이야기를 접하고 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초등이 아닌 고교라는 것과, 잘나가는 영어선생, 자신의 빽그라운드를 공개적으로 자랑한다는 것 정도의 차이고, 장사수법은 시대를 반영하여 다양해 졌다는 것 뿐이다.

비밀과외, 고액 과외알선에 행사때마다, 아니 행사를 만들어 아예 금액을 책정해서 가져오라는 것, 그리고 이것저것 돈 되는 모든 현물도 챙기는 것, 사슴이며, 조경수며, 자기집 담장에서 화투치기 좋은 군용모포에 이르기까지 학생부모의 직업과 연관된 것을 찾아 획득하는 기술은 천부적 장사꾼 기질이라 할 것이다. 30년전 은사의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는 듯하다. 오즉 했으면 그래도 득을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과 부모들이 퇴출을 요구했을까? 

장사에도 공정성과 형평성, 룰이 있기에 사회질서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지위와 힘을 이용하여 물물교환을 강제적으로 시도한다면 그것은 장사가 아닌 강도다.

그래 그건 강도다. 아무리 세태가 교육현장을 장사의 영역으로 보고 대학총장들이 나서 장사하게 해 달라고 아우성치고, 종교재단도 나서 학교장사 못하게 막는다고 사학법 바꾸라고 난리치는 시대라지만 말이다. 우리나라도 벌써 직업군이 10,000종이 넘어섰고 교사는 전문가로 분류된다. 전문직은 독을 줄 수도 있고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누구나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고 30년전이나 지금이나 서글픈 교육현실은 그대로라고 하지만 잘못된 직업선택으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편견된 의식과 평생을 안고 가는 상처를 주는 일 만은 막아야하지 않을까? 

이제 사학재단의 처분이다. 파면? 그냥사표수리? 아니면 우선 넘기고 다른 학교로 발령? 두고 볼 일이다. 다 돈하고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돌고 도는 것이 돈이다. 학교도 돈의 굴레가 되길 미친 듯 원하고 있질 않는가?  

80년대 초반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란 책이 널리 읽혔다. ‘사람을 사물로 대하는 비인간화 교육, 은행저금식교육’에 대해 문제 제기하며 인간화교육을 외쳤던 책이다. 비인간화된 제도에 의해 비인간화된 학생이 양산되는 현실을 본다. 세계적 장사꾼들이 모인 IOC 총회에서 사회주의자였던 푸틴이 진보주의자라는 노무현보다 훨씬 장사 수완이 있음을 보여주는 한판이었다. 역시 승패를 가른 것은 돈이었을까? 그래도 교육현장만은 돈의 굴레로부터 벗어나야하지 않을까? 희망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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