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보내며
6월을 보내며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7.07.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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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눈]곽규호 편집장

‘노동자’라는 말을 쓰기조차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근로자, 직원 정도면 그래도 괜찮았지만. 하여튼 그 시절에는 ‘파업’이란 것은 공산당들이 하는 것으로 언론과 정부는 여론을 떡칠했다. 정부에 놀아나는 언론과 교육, 사업자들의 속임수에 우리는 오랫동안 잘도 속아왔다. 그러나 그 뒤에서 신음하던 근로자들의 현실은 실재하고 이었다.

30년 전인 1978년 7월.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은 똥물에 짓밟혔다. 명동성당에서의 농성과정에서 무단결근했다는 이유로 124명이 집단 해고됐다. 1974년 반도상사 사건. 노조 파괴공작에 항의한 근로자들의 단식농성이 기동경찰과 회사 구사대, 경비원들에 의해 해산당했다. 이들은 몽둥이를 들고 무자비하게 여공들을 난타했다. 1979년 YH무역의 여성노동자들은 회사의 불법적인 공장폐쇄에 항의, 야당인 신민당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경찰은 노동자의 희생을 예방한다며 새벽에 신민당사 정문을 부수거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습격했다. 당시 경찰은 안에 있던 농성자 뿐만 아니라 기자·국회의원을 가리지 않고 난타, 100명이 부상했고 김경숙씨는 죽음을 당했다.

다시 보는 노동탄압사

당시 언론만으로는 이같은 사건들의 진실을 알 수 없었다. 독재 권력에 짓눌려 입도 벙긋 할 수도 없었다고 하지만 오늘날 수구 언론들의 행태를 볼 때 과연 통제가 없었더라면 진실을 보도했을지도 의문이다.

1987년 6월 항쟁이 군사정권의 ‘6·29 굴복’으로 승리한 뒤 전국은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민주주의와 노동의식에 눈을 뜬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 파업은 사용자들을 놀라게 했고,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승리를 거뒀지만, 그 와중에 정부의 태도는 결코 노동자의 편은 아니었다.

6월 항쟁으로부터 20년이 지난 2007년 6월.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추진에 저항하는 노동자 농민이 협정 체결에 반대하며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섰다. 금속노조가 파업을 결의하고 부분파업에 이어 전면파업을 실시했다. 언론은 “또 다시 정치파업” “수출 차질 불가피” “경제손실 수백억” 등 자극적인 제목을 동원하며 경제 위기의 책임을 모두 노동자에게 돌리려 애썼다. 파업에 불참하는 조합원이 늘고, 노노간 갈등이 벌어진다며 노조를 갈라놓고 있다.

정부는 담화문을 통해 이번 파업에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금속노조 위원장 등을 비롯한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받아 검거에 나섰다. 현대자동차가 위치한 울산지역에서도 노조핵심간부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하고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고 했다.

정치파업은 처벌 대상일까

파업은 근로자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노동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다. 노동법에서는 임금, 근로조건과 관련되지 않은 이유의 쟁의행위를 불허한다. 언론과 정부가 한미FTA에 반대하는  이번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치파업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굳이 구속까지 해야 할 불법 행위일까?

김기덕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인터넷 신문 기고글을 통해 “설사 불법파업이라도 지도부에 대해 사법처리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냐”고 묻고 “단순한 평화적  노무제공 거부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은 노예제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노동자들의 파업은 엄밀히 따지면 정치파업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 부분이 있다. 한미FTA는 국민 전체의 생존권에 직결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정치 안 하는 것이 정치파업’이라는 노동자들의 조롱이 차라리 설득력을 얻는다.

6월항쟁 20주년이 되는 해. 대한민국 사회 여러 측면에서 실질적 민주주의가 뒷걸음질 치는 현상을 목도한다. 30년 전 박정희 정권이 구타하면서 노조의 파업이나 농성을 강제해산시키고 사법처리까지 단행했던 그 때 그 모습과, 오늘 ‘참여정부’의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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