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컴 “80년 신군부 광주 공수부대 투입 몰랐다”
위컴 “80년 신군부 광주 공수부대 투입 몰랐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6.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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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전 개입설 부인...영화 <화려한 휴가> 제작진에 답변

존 위컴(80) 전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80년 광주사태 때 신군부는 공수부대가 무력 진압을 위해 투입된다는 사실을 미 당국자들에게 일절 알리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사전 개입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5.18민주화항쟁 당시 주한 미군 최고책임자였던 존 위컴(80) 전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이 사건을 다룬 <화려한 휴가> 개봉을 한 달여 앞둔 지난 25일, 미국의 사건 개입여부 등 자신의 주장을 담은 e메일을 영화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보내 이 같이 주장했다.

▲ 존 위컴 전 한미연합사 사령관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20년 전 퇴역한 위컴 전 사령관은 과거 미국의 광주항쟁 개입 문제를 둘러싼 진실 공방 때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거주하고 있는 위컴 전 사령관은 A4용지 2장 분량의 이메일을 통해 "80년 광주사태 때 신군부는 공수부대가 무력 진압을 위해 투입된다는 사실을 미 당국자들에게 일절 알리지 않았다"면서 항간에 떠돌던 미국의 사전 개입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글라이스틴 주한 미 대사(2002년 사망)와 나는 군대가 광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놀라 한국군 고위관계자들에게 즉각 항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12.12 사태를 주도한 신군부가 한미상호방위 조약을 무시한 채 돌발적으로 과잉 진압에 나섬으로써 비극적인 유혈사태가 빚어졌다는 위컴 전 사령관의 이 같은 주장은, 이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의 개봉과 맞물려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위컴 전 사령관은 미국의 ‘사태 묵인’에 관한 의혹에 대해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목격자나 당국자들로부터 정보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곤혹스러웠다”며 “사태 발생이나 공수부대 진압을 알 도리가 없었으므로 나와 글라이스틴 대사는 한국군 투입을 묵인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당시 투입되었던) 20사단의 경우 (공수부대와 달리) 실제 작전을 수행하려면 한미연합사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당시 한국국방장관이 ‘20사단은 폭동 진압 훈련이 잘 돼 있으므로 광주 재투입을 위해 한국군에 통제권을 잠시 이양해 달라’고 요청해 이를 수락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27년 전 이 사건을 회고하면서 “광주사태가 불행한 역사적 상처를 남겼으나 대중의 (역사) 발전에 대한 열망을 군대가 무력으로 과잉 진압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한국의 군과 정치 지도자들에게 영원히 각인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위컴 전 사령관은 “이 사건 당시 미국의 역할 등 진실을 알려 달라”는 CJ엔터테인먼트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런 ‘e메일 육성고백’을 보내 왔다.

한편, 지난 5월 ‘5.18 27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미국의 석학 브루스 커밍스 교수(시카고대)는 기조 발표를 통해 “5.18에 대해 미국인들도 책임감을 갖고 카터와 레이건 행정부가 당시 담당한 역할을 밝혀야 한다”며 미국의 책임론을 거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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