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전형안 논란과 대학 양극화
입학전형안 논란과 대학 양극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6.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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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형광석(목포과학대학 케어복지학과 교수)

우스갯소리 하나 소개한다. 서울 안의 대학은 ‘서울 대’, 서울에서 약간 먼 대학은 ‘서울 약대’, 서울에서 제법 먼 대학은 ‘서울 법대’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21일에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등의 ‘서울 대’가 각 학교 입학처장 명의로 ‘2008학년도 입학전형 안 논란에 관련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면서 ‘학생부 반영 비율은 합리적 기대치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대’인 주요 사립대학이 대학 입시의 근간을 좌지우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에 이번 대학 입학전형 안 논란 과정에서 ‘서울 약대’와 ‘서울 법대’에서는 아무런 발언도 아직 하지 않았다. 혹 ‘서울 대’의 대학만 대학인가보지 하는 자조를 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꽤 많은 대학교수가 재직하는 일부 ‘서울 법대’에서는 입학전형 안이 있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 입학 지원자가 정원에 미치지 못하는 학과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갖추었다는 증명으로 충분하다. 말하자면, 입시 전형의 3요소인 학생부니, 수능이니, 논술이니 하는 따위는 현실과 동떨어진 화려한 치장에 불과하다. 

‘서울 대’의 주요 대학은 매년 지방을 순회하면서 합동으로 하는 입시 설명회를 연다. 입시 설명회장은 학부모, 고3 학생, 교사, 사교육 담당자로 북적인다. 각 대학교의 입학처장은 자기 대학의 장점과 입학 정보를 꽃게거품 물어가면서 설명한다. 아마도 저인망(底引網)으로 지방에 묻혀 있는 우수한 인재를 밑바닥까지 훑어가겠다는   ‘서울 대’의 속셈으로 이해된다. 

작년 이맘때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입시 설명회에서 ‘서울 대’의 어느 대학 입학처장은 내신 점수가 좋지 않더라도 합격여부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니까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두세 번 정도 강조하면서 자기 대학에 대한 지원을 부추겼다. 그 명분은 고등학교 시절에 철이 들지 않아 잠깐이나마 공부를 소홀히 하여 내신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대학입시를 앞두고 정신 차려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찾았다. 명색(名色)이 대학에서 일하면서도 아둔한 탓에 각양각색의 입시제도에 대해서 잘 몰랐던 때라 일견 합리적인 취지라 생각했으나, 그것이 실제로는 특수 목적고를 졸업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는 점을 뒤늦게야 알았다.

‘서울 대’의 입시 설명회장을 나오면서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교육비 때문에 학부모의 허리가 휜다는 비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그 신음 소리는 점점 더 커지는 양상이다. 사교육은 이제 사실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중에 필수이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사교육은 필수 제곱이다. 오히려 공교육이 선택인지 모른다. 학교 수업시간은 졸더라도 사교육 시간에는 눈이 초롱초롱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사교육을 받고 선행 학습을 하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학생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뒤처짐은 상대적 위치인 등수가 중요한 대학 입시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 결과는 합격이냐 낙방이냐 중 하나이니까.

필자의 섣부른 생각인지 모르지만, 사교육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에서 독점적 경쟁시장으로 이행하고 더 나아가 독과점 시장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지방의 사교육 기관은 서울의 주요 학원과 연계됐고, 일부 학원은 거대한 자본을 형성하고 그 주식이 증권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상황이다. 사교육은 교육철학보다는 금전의 논리가 지배하는 첨단의 시장이 되었다. 대학에서 세칭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위해 선별 장치를 개편하면, 사교육 수요는 폭증하고 일부 학원은 호황을 구가하게 된다. 사교육은 불황 없는 시장이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속 아프지만 대학교육 시장마저 양극화의 성숙단계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대’는 교육서비스 제공자가 독점하는 공급자 맞춤형 시장, ‘서울 법대’는 입시생의 비위를 맞추느라 안달하는 학생 우위의 수요자 맞춤형 시장이다.

 ‘서울 법대’가 맥을 놓으면 지방은 더 휘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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