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딸을 낳고 싶습니다.
계속해서 딸을 낳고 싶습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6.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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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류동훈 광주전남행복발전소 사무처장

금년5월22일 오전에 첫딸을 낳았습니다. 잠을 자고 있는데 아내가 새벽3시부터 계속 부스럭거리며 뭔가를 하고 있기에 “잠을 잘 자야 낮에 일을 잘할 수 있으니 불 끄고 잠 좀 자자”고 한마디 하려다 그냥 꾹 참았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4시정도 돼서 양수가 터졌으니 병원가야겠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양수가 터져 출산하러 가야할 것을 알고 병원에 갈 짐을 한 시간 전부터 챙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편이 잠이 깰까봐 그 사실을 숨기고 조용히 짐을 쌌던 것입니다. 깜짝 놀라 일어나 ‘불 끄자고 짜증내는 것을 참은 것이 천만다행이다’고 생각했죠.

산부인과로 급히 가 아내를 눕히고, 8시간 동안  통증에 고통스러워하는 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아내가 아이를 배속에 담고 열 달 동안 고생했던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출산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며 “하나님 살려주세요”외치며 제 손을 꼭 잡고 있는 아내를 보니 제 눈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제가 살아온 지난 36년의 세월동안 여성들을 충분히 존경하지 않은 삶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했습니다. 아내는 무사히 자연분만을 했고, 저는 건강한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딸 출산 소식을 듣고 살림밑천 장만했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제 아이가 딸이라는 것은 4개월 전에 이미 알았습니다. 4대 종손에 외아들인 저한테 시집 온 아내는 아이가 아들이 아니라는 것에 힘들어했죠. 저는 딸이 더 좋다고 위로를 했지만, 처음엔 왜 딸이 더 좋은지 절감하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언론 기사를 보니 2020년에는 태아감별의 저주로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25세-35세 사이 결혼 적령기 인구가 신랑 100명에 신부가 88명이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대로 가면 12명의 남자들이 결혼을 못하고 혼자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들을 선호하면서 남녀성비를 불균형으로 만들어놨으니, 저라도 딸을 낳아서 성비를 맞추는데 기여를 한 것 같아 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내가 아이를 낳는 것을 보면서 인류의 역사가 이렇게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의 숭고한 노고가 있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리고 눈코입이 있고, 손발이 달리며, 심장이 뛰는 사람을 배속에서 만들어 갈 수 있는 여성들의 능력에 감동했습니다. 그러다가 가출한 여중생이 성매매로 감금당해 고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 딸이 나중에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고, 다방 오토바이 뒷자리에 아슬아슬하게 타고 가는 아가씨를 보면서 나중에 우리 딸이 저렇게 위험하게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면 어떡하지 않는 걱정을 합니다.

여성이 존중받고, 여성의 안전이 보장받는 사회는 남성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도 제가 후손들을 위해 그나마 기여를 한다면 위대한 딸을 더 낳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내한테 잘 보이려 성실히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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