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 그리고 푸념
무제(無題), 그리고 푸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6.11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칼럼] 정용식 광주중앙자동차 운전학원 원장

현충일 날 저녁 감우성, 김수로 주연의 “쏜다”라는 비디오를 보았다. 준법정신과 질서의식으로 똘똘뭉친 주인공이 그로 인해 직장과 가정으로부터 배제되고 “못되게 살아야 잘사는 사회”에 대한 분노와 자포자기로 여기에 몸을 맡겨버리는 내용이다. 전과 15범과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시민은 사회로부터 멸시받고 배제된다는 면에서 동격으로 묘사하고 있다.

얼마 전 전남도에서 작년 2월부터 금년 4월까지 122개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에 대한 감사에서 무려 277건의 국고보조금 유용실태를 적발했다한다. 공공기관 감사들과 공무원들의 외유실태나 독점수입을 올리는 공공기관들이 자신들의 노력인양 모두 나눠 먹어 고액연봉으로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실태 등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중 하나인 ”내 돈과 남의 돈“에 대한 구분이 상실되어가는 현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오즉 했으면 우리속담에 ‘문중땅과 겟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다’라는 말이 있을까?  

딱 1년전 유사한 내용의 칼럼을 썼다. “눈먼돈과 합리적 무시‘라는 제목이었는데. 아마 세금등 눈먼돈(?)을 먹기 위해 안달하는 현 세태에 대한 아픔이었을 것이다. 세월은 가도 변함없는 현실을 보게 되고 또다시 1년 후에 같은 글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두려움일 것이다.

요즘 우리 지역에서도 한쪽에선 문화중심도시의 랜드마크로 티걱티걱 자리와 이권 두고 티걱티걱 세월을 축내고, 다른 쪽에선 소통합이니, 대통합이니 이리저리 부산하게 왔다 갔다 주판 두드리며 먹이에 속내를 들어내는 정치인들을 보며 더 큰 적을 옆에 두고 눈앞의 먹이가지고 사력을 다해 싸워대는 동물의 세계를 보는 듯 같다. 차라리 업무는 뒷전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주식투자, 땅투자, 일확천금궁리를 하느라 시간보내며 꼬박 꼬박 월급 타가며 회사돈, 국가돈 축내는 직장인, 공무원들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적어도 그들은 스스로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을 것 같기에.  쓴웃음이 나온다.     

도덕 불감증, 공공선에 대한 무감각이 우리사회에 만연해가고 있다. 나쁜놈들이, 왔다갔다 줄서는 놈들이, 부정하게 이득을 취하는 놈들이 잘되면 모두가 그 길을 가고자 할 것이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듯 우리주변의 고질적인 병폐가 주류 현상으로 정착되어 서로 따라하기 하며 오히려 건강한 사람들이 상실감을 가지고 밀려나는 부정적인 ‘이웃효과’ (neighber effect)가 나타나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6월 항쟁 20년 넥타이 부대가 되 봅시다”라는 문자가 도착한다.

1987년 정치민주화의 길을 열었다면, 20년이 지난 지금.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그때 그 세대들은 무엇을 위하여 또다시 모여야 하는가?. 허접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그때를 회상하며 단지 자위하고 위로받기위한 것이라면 말이다. “쏜다”에선 세상과 더욱 야합해버린 386세대를 휠난 하고 있다. 시장의 지배력과 관료의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는 지금. 그리고 그 속에 비록 지배당해 살아가더라도 20년전 넥타이 부대에게 여전히 할일이 있지 않을까? 그동안 광주는 두 번에 걸쳐 꿀맛같은 권력의 단맛을 누리고 수많은 경제인과 정치인, 그리고 그 언저리, 아니 광주의 5월까지도 성과를 배분받고 이제는 파이나누기 타령을 할 정도 되었지만   광주는 여전히 공허함이 맴돌고 있지 아니한가? 광주가 광주답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곱씹어볼만하다. 오늘은 그냥 잡설이다. 6월 항쟁 20주년을 맞이하는 답답함에서 나온 푸념이란 말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