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명암
인터넷의 명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6.11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가 밝아오니] 김용주 언론중재위원회 사무총장

‘양날의 칼’이라는 말이 있다. 조심해서 잘 다루면 가정에서 가족의 식사를 위해 쓰이는 부엌칼처럼 사람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함부로 사용하면 강도의 칼처럼 사람을 해하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빗댄 말이다. 이런 ‘양날의 칼’은 우리를 둘러 싼 많은 것들, 특히 문명의 이기라 불리는 사물들에서도 양날의 칼이 가진 극단의 양면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생활에 편리한 자동차는 편리함 만큼이나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으며, CCTV의 발명은 좀 더 안전하게 어두운 골목을 걸어 다닐 수 있는 자유를 준 대신 그 대가로 나의 사생활을 낱낱이 드러낼 것을 요구한다. 결국 똑같은 사물이라도 그 안에 담긴 양면적 속성이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우리네 삶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며칠 전, 한 일간지에 등장한 기사(한겨레신문 2007년 6월 4일자 『아들이 커서 인터넷서 10년 전 과거 보면 어떡해요』참조)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평가받고 있는 인터넷의 어두운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들어 신문사나 인터넷 포털 업체로 과거 기사에 대한 수정이나 삭제 요청을 해오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미 기사화가 되어 대중에게 공개됐던, 한 개인에게는 잊고 싶은 과거의 사건들이 오랜 시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인터넷 포털을 통해 검색되고 있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세밀하게 검색해 척척 제공하는 고마운 인터넷이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가슴 속 한켠에 묻어두었던 생채기를 다시 헤집어대는 비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상황을 타결할 수 있는 대책이 미흡하다는 데 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된 기사로 인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기사의 사료적인 가치를 함부로 훼손할 수는 없다’는 입장과 ‘기사의 유통업자에 불과해 자의적으로 기사를 수정·삭제하기가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하는 인터넷 포털 업체의 입장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있다. 그렇지만 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인터넷 포털이 제공하는 검색서비스를 통해 끊임없이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엄청난 전파력과 파급력을 가진 인터넷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특단의 대책을 강구함이 마땅함에도 관련 논의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현 법률상 언론중재 대상에 제외 되어 있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언론중재 대상으로 포함시켜 잘못된 인터넷기사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자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텃넷의 심각성에 대해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졌는데도 입법의 미비로  효과적인 피해 구제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하루 빨리 피해구제 절차 및 방안을 담아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이미 우리는 인터넷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고 그 이상의 아픈 대가들을 지불했다. 그 대가가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운지도 충분히 깨달았다. 이제는 우리에게 향한 인터넷의 어두운 면이라는 ‘칼’을 외면하거나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반대로 돌려 세상의 어둠을 베어내 밝음을 살리는 ‘칼’로 만들기 위한 용기를 가지고 노력을 펼쳐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는 인터넷을 우리 삶을 한층 풍요롭게 만드는 ‘가정의 부엌칼’처럼 활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