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한일을 알고 있다.
나는 네가 한일을 알고 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6.1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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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임경연 광주인권운동센터 상임활동가

개인정보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이름만 치면 계좌번호는 물론이고 시시콜콜한 댓글까지도 친절하게 보여준다. 주민등록번호 사용은 너무 빈번하고, 곳곳에 설치된 CCTV는 나의 뒤꽁무니를 따라 다니고 있다. 게다가 통화기록까지 합법적으로 조회할 수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까지 개악되려 하고 있고, 생체정보를 담은 전자여권까지 도입한다고 한다. 진정 ‘빅 브라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건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감시사회가 이젠 현실에서 재현되려 하고 있다.

‘빅브라더’가 온다

개인정보가 너무 남발되는 바람에 이젠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불감증의 사회. 나의 프라이버시는 내 것이 아니고, 모두에게 공유되는 쌍방향의 시대에 살고 있다. 프라이버시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행복을 누림에 있어 바탕이 되는 사생활 보호를 중심으로 자신의 정보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권리는 적극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웬만큼 신경 쓰지 않으면 지키기 힘들고, 잘 모르기 때문에 넘어가게 되거나 이미 되찾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느낄 수도 있다.

외교통상부가 테러확산을 막는다는 취지로 신원정보와 함께 얼굴정보와 지문정보를 담는 전자여권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전자여권을 발행하는 35개국 중에서, 지문날인을 하는 국가는 홍콩, 태국, 싱가포르 단 세 국가뿐인데, 한국은 왜 굳이 지문날인을 하려는 걸까? ‘개인정보보호법’조차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에서, 전자여권에 담긴 생체정보가 유출되었을 경우, 개인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지문 관련 기술이 날로 발달해 가는 와중에, 생체정보가 한번이라도 유출된 개인은, 그것의 독자성과 불변성 때문에 평생을 ‘신분위조의 공포’속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전자여권 관련법이 6월에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전자주민증’ 역시 다시금 고개를 내밀 것이다. 기존의 방식으로도 신분증명이 충분함에도 굳이 지문 같은 생체정보를 수집하겠다는 것은 관성적으로 지문을 채취하는 주민등록제도와 같은 발상이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려는 발상은 국민의 프라이버시나 인권은 전혀 안중에도 없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모든 국민은 잠재적 범죄자?

통비법은 한 술 더 뜬다. 누군가가 내 통화를 엿들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상상하기 싫은 일들이 현실에서 재현된다면? 그러나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통비법 개악안을 보면, 모든 국민의 통신기록 1년치는 의무적으로 보관되고, 전기통신사업자가 개개인의 인터넷 로그기록 1년치를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내가 몇 시에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어떤 게시판에 글을 쓰고, 어떤 사람과 몇 시에 채팅을 했는지, 어떤 사이트에서 물건을 샀는지 등 사이버상의 모든 기록을 담고 있다. 그야말로 인터넷에서 나의 사생활이 송두리째 드러나는 셈이다. 전 국민의 1년치 기록을 의무적으로 보관한다는 것은 곧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발상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 나의 프라이버시를 국가가 통제할 권한은 없다.

대한민국은 개인정보 수집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국제 개인정보 수집 가이드라인’조차 따르지 않고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모으는 나라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소통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저지르는 거대한 범죄다.

어떤 이들은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프라이버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누군가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한만큼 새로운 프라이버시권을 찾으면 된다. 자신의 권리를 알고, 부당한 국가권력에 저항하여 프라이버시권을 적극적으로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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